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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먹는 골뱅이무침

힙지로? 을지로?... 추억하면 을지로 골뱅이지~

by 이작가야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만나 '뉴트로(New-tro)가 된다. 눈만 뜨면 신조어가 탄생한다.

과거에 유행했던 콘텐츠에 재미를 더해 현대적으로 탄생시키고 새롭게 즐기는 문화, 뉴트로 문화다.


뉴트로 문화 열풍은 먹거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 역 일대에 밀집되어있는 골목이 있다. '골뱅이 골목'이다.

50년의 역사를 향해 달리는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 새로운 이름이 붙여진다.

'힙지로'다.


'힙'은 새롭고 개성이 있다는 뜻인데 여기에 을지로의 '지로'를 더해 합성어가 탄생된 것이다.

힙지로? 을지로?

을지로가 좋다.


통통통!

20대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의 추억이...

종로, 광화문, 을지로, 명동 곳곳에 살아있다.

물론 을지로 골뱅이 골목도 추억의 한 페이지에 아련하게 남아있다.


사실상 나는 골뱅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 왜?

골뱅이 골목 분위기가 좋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샐러리맨과,

빽빽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인쇄소 골목에서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기계와 씨름을 한 노동자들이...

맥주 한잔에 골뱅이 무침으로 피로를 풀었던 골뱅이 골목...

재래시장처럼 왁자지껄 사람 냄새나는 골목이어서 더 좋다.


불행히도 골뱅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다행히도 계란말이, 파, 북어채를 좋아한다.

을지로 골뱅이 무침의 특징은 파, 북어채를 듬뿍 얹어준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골뱅이 무침 옆에 수줍게 앉아있는 하얀 소면의 유혹은...

에휴ㅠ 침이 꼴깍!





집사님은 골뱅이를 너~~~ 무 좋아한다.

마트에 가면 가끔 골뱅이를 쪼아 본다. 나는 모른 척한다.

입맛이 다른 것은 골뱅이만이 아니다.


심지어 같은 메뉴를 먹을 때도 선호하는 조리법이 다르다.

나는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를 익히지 않아야 먹는데,

집사님은 바싹 익혀야 먹는다.


후루룩 먹으면 좋으련만ㅠ

귀찮을 땐 대충 부친다. 모양이 안 이쁘다. 심지어 찢어지기도 한다.

"계란이 어째... 화가 난 것 같네?"

"그래?ㅋㅋㅋ 암튼 눈치는 삼백 단이셔"

"뭐 분한 일이 있으신가 봐요?"

"그러게ㅋㅋㅋ!"


라면은...

나는 살짝 면발이 하얗기까지 한 꼬들꼬들 라면을 좋아한다.

집사님은 살짝 불은 라면을 좋아한다.

"꼬들꼬들 부탁합니다!"

꼬들꼬들에 맞춰야지... 불린 걸 꼬들꼬들로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ㅋㅋㅋ




내가 골뱅이를 좋아하지 않으니 가끔 골뱅이 무침을 해도 그리 공을 들이고 하지 않은 것 같아 늘 찜찜하다.

언제 한번 제대로 해줘야지.

'나는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이나 맛있게 먹어야지...' 한다.


음식은 사랑이다.

맛이 아니고 정이다.

맛까지 좋다면 최고의 선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해준 라면과

라면집의 라면은 다르다.

집밥 집밥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뭐 좀 매콤한 거 없나? 입맛 당기는 거..."

"애를 가지셨나 ㅋㅋㅋ"


매번 대충 하던 골뱅이 무침을 오늘은 맛있게 해 줘야겠다.

"알쑤, 오늘 골뱅이 무침해줄게"

머릿속에 벌써 내가 좋아하는 파랑 북어채를 듬뿍 넣을 생각이 휙!


을지로 골뱅이 골목!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맛을 곱씹으며...


골뱅이 무침!

휘리릭 뚝딱!



ㅡ이작가야's 골뱅이무침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골뱅이 캔 (400g)
양파-반개
피망-반개
대파- 두 개
북어채 -한 줌

양념장
고춧가루-3큰술
고추장-2큰술
참기름-1큰술
다진 마늘-1큰술
식초-반 컵(10큰술)-취향대로

골뱅이캔 국물-북어 무침용
설탕-선택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양념장을 만든다.



골뱅이캔의 골뱅이를 체에 밭쳐두고 국물은 따로 보관!



먹기좋게 썰어서!




채 썰은 양파, 피망을 골뱅이에 척!




북어채도 체에 밭쳐서 지저분한 가루 제거!



보관해둔 골뱅이 국물에 3분 정도 담가 간이 배이게 하는게 포인트!



북어채를 건져서 쪽 짜낸 뒤 추가!



파를 채 썰어 듬뿍 얹음! (파 채칼 사용) 더 넣으려다 눈이 매워 이만큼만 ㅠ



양념장을 넣고!



살살 무침.

(을지로 골목식당은 파를 그냥 얹어만 주었던 기억!-

손님에게 대접을 한다면 파를 위에 얹어서 내는 게 훨씬 보기 좋다)



소면 대신 건강에 좋은 메밀면을 삶아 참기름 또르르!

(끓는 물에 6분 삶아냄)



"맛이 어때?"

"야~~~ 지금껏 먹어 본 중에 최고다! 흠잡을 게 없어!"
"이런! 흠을 잡아? 와! 간이 배밖에?

계란 안 익혀 준닷!ㅋㅋㅋ"

"옛날 생각난다. 을지로 골목에서 진짜 많이 먹었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대충 해줬으면 제일 맛있단다.

골뱅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골뱅이무침을 하는 마음은 사랑이고 정이다.

이제 30년을 살아가니 사랑보다는 정이겠지...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정이다.


모처럼 골뱅이무침으로 을지로 골뱅이 골목을 추억하니 좋다.


뭐라 했더라...

힙지로?

입에 붙질 않는다.


을지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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