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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r 07. 2021

(핑퐁 52화) 엄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만두 때문에 웃고 만두 때문에 따뜻했다.


흥미로운 만두 이야기를 접했다.

명절에 만두를 하지 않고 떡국만 끓인다는 ㅇㅇ도에서 서울로 시집온 며느리의 이야기다. 그녀는 서울 사람들이 명절에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만두를 왜 만들고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른단다. 게다가 해마다 몇백 개씩 만들어야 하는 '만두 노동'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였고 알게 모르게 눈치를 챈 시어머님은 어느 해부터 만두를 만들지 않고 사기로 하셨단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가족모임이 힘들어지자 명절에 남편과 시동생 그러니까 아들들만 시댁을 가고 며느리들은 각자 음식을 해서 보냈다는데...


밤이 되어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시댁에 전화를 하니 남편이 죄지은 사람처럼 우물쭈물하더란다. 수상하여 추궁을 하니 시어머니와 두 아들이 며느리가 없는 틈에 만두를 만들고 있더란다. 마음이 불편한 며느리는 끝내 쫒아가서 만두를 밤새 만들고 왔단다.


ㅇㅇ도 며느리의 만두 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의 차이'가 이런 거구나... 했다.

누군가에게는 만두 만드는 일이 '축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만두 맛 자체를 모르겠다니 그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돌아가신 나의 엄마도 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엄마의 음식은 당연히 서울식이다. 서울식 음식에 이북이 고향이신 아빠의 영향으로 엄마는 이북 음식도 통달을 한 장금이셨다. 당연히 만두는 명절을 대표하는 우리 집 음식이었고 ㅇㅇ도 며느리의 서울 시댁처럼 만두 만드는 날은 '축제' 분위기였다.


온 가족이 모인다. 커다란 상을 펴놓고 만두피를 만든다. 만두피를 만드는 것은 난이도가 '상'이다.

총괄 지휘자이신 엄마의 몫이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강약을 조절하여 찰지게 반죽을 만들고 다듬이 방망이로 반죽을 밀어 얇게 펴낸다. 언니랑 나는 주전자 뚜껑을 들고 신이나 달려든다. 마치 엄마가 만들어놓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려는 듯이 말이다.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찍어낸 만두피에 엄마가 만드신 만두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다.


'송편이나 만두나 이쁘게 빚어야 이쁜 딸은 낳는다'

엄마의 말씀대로 이쁘게 빚어야 할 텐데... 손솜씨가 영 빵점인 나는 터지지 않게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반면 손솜씨가 기가 막힌 언니는 기계로 찍어낸 듯이 똑같은 모양으로 아주 이쁘게 빚어낸다.


하늘의 뜻인지 언니는 누가 봐도 얼짱인 이쁜 딸을 낳았다. 그것도 둘이나 말이다.

다행히 나는 아들 하나를 두었으니 만두 빚은 솜씨로만 보면 딸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ㅋㅋㅋ


얼마나 많이 만두를 만드는지 하루 종일 만든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찌면서 먹기도 하고 찐만두를 구워 먹기도 한다. 앞집 옆집 두루 조금씩 나누어 먹고도 남은 만두를 두고두고 먹는다. 많은 양의 만두를 하자니 만두소를 만드는 게 일인데 엄마는 혼자서 어떻게 그 많은 양을 하셨는지...


이북이 고향이신 아빠는 물론 삼 남매가 모두 만두를 잘 먹으니,

오로지 가족이 잘 먹는 보람 하나로 하셨을 테지...




겨울 끝에 냉장고 안에 묵은 김치가 조금 남아있다.

만두피와 만두 재료를 사놓은지라 만두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만두피를 사면 그다지 손이 갈 것도 없다. 나보다 만두를 더 잘 빚는 집사님(남편)도 있으니 걱정 없다.

"여보~~~ 만두 만들건데 당신은 두부랑 김치만 면포에 좀 짜주슝!"

"아니 왜? 그냥 사 먹지?"

"안돼ㅠㅠㅠ 만두피도 사놔서 만들어야 해~"

집사님 발목을 일단 잡았다.

"물기만 빼주면 되는 거지?"

"그렇지! 물기 빼고 좀 쉬셔... 쉬었다가 만두 빚어야지 ㅋㅋㅋ"

"엥!? 만두도 빚으라고?"
"당연하지 나보다 훨씬 이쁘게 빚잖우!

나 *손인거 알면서ㅋㅋㅋ"


드디어 만두를 빚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 엄마 아빠 뭐해?"

"엄마가 일을 벌여서 지금 만두 만들고 있어."

"엥! 만두~~~~~~? 와~~~ 엄마 그런 거 잘 못 만들잖아 ㅋㅋㅋ"

우쒸! 알고 있는데 훅 들어오는 아들!

"치! 만두소는 맛있거든?"

아빠가 슬쩍 아들에게 만두를 보여준다. 알아서 수습하라는 눈치다. 아들이 바로 리엑션을 한다.

"오~~~ 엄마가 만든 거 맞아? 이쁘기만 한데? 비주얼 좋아 레알!"

"늦었어!ㅋㅋㅋ"




이작가야's 왕만두!

G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왕만두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돼지고기 만두용(300g)
두부- 한모(180g)
숙주-한봉(250g)
당면- 100g
대파- 한뿌리
김치-반포기

양념장
간장-1큰술 반
다진마늘-1큰술
소금-1작은큰술
참기름-2큰술
고춧가루ㅡ2큰술
후춧가루, 설탕-선택
*김치에 따라 간조절*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돼지고기에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둔다.



숙주는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쪽~



당면은 한 시간 정도 불린 후 끓는 물에 3~4분 삶아서 헹군 후 물기를 쪽~빼서 잘게 썬다.




면포에 두부를 넣고 물기를 쪽~(너무 완전히 짜지는 않기)





김치는 고춧가루를 살짝 씻어내고 물기를 쪽!

썰어놓은 대파를 넣고 고춧가루, 간장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만두소 완성!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 이쁘게ㅋㅋㅋ 아니 자~~~ㄹ 빚는다.

(밀가루를 좀 깔고...)





찜솥에 넣은 물이 끓으면 찜용 시트를 깔고 약불에서 뚜껑을 덮고 10분을 삶은 후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 들인다.




찐 왕만두 완성!



모양은 이쁘지 않아도 맛은... 엄마 맛을 흉내는 낸 것 같다.




간이 딱 맞고 속이 꽉 찬 왕만두다.

"간이 맞아도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야 제맛이 나지."

엄마는 항상 양념간장을 곁들여 주셨다.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살아 있음으로 영감이 떠오르고 손을 움직여 다듬고 익혀 맛을 보는 기쁨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
함께 만두 빚고 카스테라 빵을 굽던 때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호원숙-


'엄마 박완서의 부엌'에 대한 추억을 그린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웃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만두 타령'에서는 나의 엄마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호원숙 작가의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도 엄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이 바로 거의 다 부엌 언저리, 밥상 주변이었던 같아서 말이다.


만두...

만들면서 먹으면서 내내...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립다.

다듬이 방망이도

주전자 뚜껑도...





"맛은 있는데 진짜 못생겼다 그취? 엄마가 만두를 이쁘게 만들어야 시집도 잘 가고 이쁜 딸을 낳는다 했는데,

흠ㅋㅋㅋ"

"이런! 시집을 잘 못 오셨다? 난 뜨거운 걸 잘 못 먹잖아. 뜨거운 걸 잘 못 먹으면 처복이 없다는 데 ㅋㅋㅋ"

"뭬얏!"





여러분은 만두하면...

어떤 추억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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