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한국말이지만 해맑은 얼굴로 환하게 웃는 외국인 선원의 말이 짠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인 선장이 지휘하는 고기잡이 배에서 힘들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어야 하는 책임감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보람으로 극심한 육체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시선이 멈춰버린 프로그램이다.
EBS 프로그램 '바닷가 사람들'에 관한 다큐다.
젓가락질을 못하는 나는 고양이처럼 생선을 잘 발라먹는다. 생선을 너~~ 무 좋아한다.
어망에서 파드닥파드닥 거리는 가자미에 혼이 빠져 시선이 멈춘다. 그저 가자미가 좋아서 채널을 고정했는데...
이런!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에 푹 빠진다.
하루에 최대 40톤 이상의 가자미가 거래되는 항!
국내 가자미 시판량의 60% 이상이 나오는 울산 방어진 항이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항을 출발해 자그마치 두 시간을 넘게 달려가야 황금어장에 도착한다.
가자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가 11월에서 3월까지라고 한다.
마트에서 쉽게 사서 먹는 가자미는 최소한 그 방송을 보고 있는 만큼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가자미가 아니었다. 조업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된 작업이다.
45년 경력의 윤복수 선장의 지휘 하에 한국인 선원과 외국인 선원이 작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4시간 쉴 새 없이 투망과 양망을 해야 하는데 가자미잡이는 특히 선장의 능력이 관건이란다.
어느 곳에 투망을 해야 할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업의 승패가 결정된다.
그물의 길이가 자그마치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는다니... 그물을 끌어올리는 시간만 약 한 시간이 걸린다.
고된 작업을 두 번 세 번이나 했음에도 야속한 그물에는 가자미가 없다. 면이 서지 않는 선장은 입이 바짝 마르고 고된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니 선원들의 사기는 바닥이며 몸은 기진맥진 상태이다.
선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둔다.
'그물을 바꿔보자!'
선원들은 그물을 바꿀 일이 엄두가 안 나지만 만선의 꿈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물을 바꾸자고 지시한 윤 선장이 뭔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듯하다.
세상에나...
지난 25년간 노트에 적어놓은 조업일지다.
'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는 지난 조업일지를 보면 묘수가 떠오른다'는 윤 선장.
윤 선장의 선택은 적중했다.
그물을 바꾸고 장소를 바꾼 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엄청난 양의 가자미가 올라왔다.
물밖로 나오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초를 다툰다. 선원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만선의 기쁨으로 가자미 선별작업을 하고 신속하게 얼음창고로 넣는 작업을 마무리한다.
기우뚱할 정도로 가자미를 실은 배는 서둘러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고깃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은빛 바다 위를 달려 항구에 도착한 배는 가자미를 내리자마자 재출항을 해야 한다. 며칠 후부터 날씨가 좋지 않다니 한 번이라도 출항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선장은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물을 데워서 머리를 감는다. 나흘 만에 간신히 씻는 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