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제일 편해서 그러지...

나도 편할까? 가까울수록 예의를 갖추어야~

by 이작가야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친구일수록 예의를 갖추어라
It is wise to apply the oil of refined politeness to the mechanism of friendship.

우정이라는 기계에 예의라는 정제된 기름을 바르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콜레트 Colette-


"수업 중? 문자 보고 답 좀 해줘 빨리!"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한다. 그것도 지 급할 때만 한다.

잊어먹을 만하면 한 번씩 전화를 해서는 이런다.

"너는 내가 죽어도 모르지ㅠ 나 대장암 수술했어."

늘 그런 식이다. 아빠가 군인이셨던 절친은 중학교 때부터 사귄 동네 친구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사는 것은 풍족한 집안이었고 아빠가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군용차도 나오고 운전병도 있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언니도 있었다.


절친 아빠는 딸바보였고 엄마는 다소 감정의 기복이 심한 분이었다.

어느 때는 울고 계셨고 어느 때는 집안이 떠나갈 듯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한참 예민할 사춘기여서인지는 모르지만 절친은 늘 엄마한테 불만이 많았다.


"울 엄마 또 시작이다. 저러다 또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몰라. 노래 부르면 뭔가 더 까리하다니까..."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절친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시던 엄마가 갑자기 가정부 언니를 불러다가 다그친다.

그때는 그런 단어를 몰랐다. 아니 있지도 않았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조울증'



(사진:pixabay)


절친은 엄마를 쏙 빼닮았다.

지 필요할 때는 난리가 난다. 지가 바쁠 때는 소식도 없다가 가끔씩 전화를 해서는 x랄을 떤다.


라인댄스강사인 절친은 음악 제목을 모를 때마다 내게 묻는다. 그것도 항상 급하다며 닦달을 한다.


수업 중이니 쉬는 시간에 답을 한다.

"수업 중이라고... 내가 모르니 영어는 아닌 듯... 스페인어 같아"

1초도 안 걸려 답이 온다.

"어쩐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안 나와. 어떻게!"

당시만 해도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이 검색되던 때는 아니었다.

"나도 몰라 수업 들어가니까 문자 하지 마."





마음이 영 불편하다. 다음 쉬는 시간에 기어코 뜻을 알아내서 답을 해준다.

"스페인어네... 영어로는 love for you"


내 느낌이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팝송인데 스페인어로 번역한 노래이며 절친이 '안무를 지도하는 곡'으로 선택한 듯하다. 물론 나도 안무를 지도하는 수업에서 후에 선곡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Glenn Medeirod의 'Nothing gonna change my love for you.(아무것도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을 절대 바꿀 수 없어요)'라는 팝송을 아르헨티나 가수인 Sergio Denis가 스페인어로 부른 곡인데 스페인어로는 'Nada Hara cambiar mi amor por ti ' 로 번역된다.


안무가들이 안무를 창작한 후 안무 제목을 따로 붙이는 게 보통인데 제목이 기니까 안무가는 마지막 몇 단어를 골라 안무작품의 제목으로 지은 것이다. 그러니 보통사람들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절친이 보낸 문자가 바로 제목의 뜻을 묻는 문자였다.


"amor por ti가 무슨 뜻이야? 답줘! 급해! 지금 수업 들어가야 한다고!"


뭐 이런!

시간이 될 때는 기분 좋게 알려줬지만 수업 중이나 운전 중이나 때로는 오밤중에 급하다고 졸라대니 짜증이 난다. 당연히 문자를 씹게 되고 문자 씹었다고 징징대고... 악순환이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지금은 소식이 뜸하다. 코로나로 수업이 모두 휴강 중이니 아마도 질문이 없는 거다.


절친이 늘 하는 말이다.

"내가 너 아님 누구한테 물어보냐. 너한테는 창피한 게 있냐, 쪽 팔릴 일이 있냐, 니가 내 흉을 보냐,

편하니까 그렇지... 내 맘 알지?"

"몰라 이년아!ㅋㅋㅋ"


지 엄마 흉을 그렇게 보더니 아주 똑 닮았다.

지 급하면 징징대고 금방 헤헤거리고...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친구이지만 절친이라는 이유로 가깝다는 이유로 선을 넘는다.

선을 넘을 때마다 나는 싫은 소리를 한다.


하면 뭐하나...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

중학교 때 친구니 얼마나 오랜 친구이냐만은 딱히 바뀐 게 없다.


가까울수록 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편하다는 말은 누구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말일 수 있다.


'니가 젤 편해서 그렇지...'


과연 상대방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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