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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r 30. 2021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미역국!

엄마의 고마움을 되새기는 미역국...

아들이 캐나다 학년으로 중학교 4학년? 쯤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있었다.

엄마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줄 계획을 세웠나 보다.

아빠한테 고기를 사러 같이 가자고 부탁을 하여 성공적으로 국거리 고기를 입수하고 레시피도 배웠나 보다.


엄마 그러니까 내 생일날 새벽에 아들이 주방에서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아빠가 귀띔을 해주었기에 나는 모른 척하고 잠자는 척을 한다.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나지 않게 애쓰는 느낌이 전해진다.

한참 분주한 것 같더니 완성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그 아침시간에 아들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지? 어디다 전화를 하는 걸까?' 했다.




드디어 생일상이 차려졌다. 아빠도 함께 거든 '홍부자 합작' 생일상이다.


"우와~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너무 맛있는데? 맛이 정확해 기가 막혀!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끓였어? 고기는 언제 샀고?"


아주 리엑션 여왕 난리 나셨다. 남편도 아니고 중학생 아들이 미역국을 끓였으니 어떻게 리엑션을 해도

양이 안찬다. 그 자체가 감동인데 맛도 기가 막히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들, 엄마 거짓말 못하는 캐릭터인거 알지? 진짜 외할머니가 끓인 거보다 더 맛있다.

그래 어떻게 끓였어? 레시피는 어디서 배웠고?"


그때만 해도 요리 프로도 거의 없었으니 신통할 뿐이었다.

아들이 배시시 웃더니... 이런다.

"아니, 그게... ㅋㅋㅋ"

"그게 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그대로 끓였는데 맛이 없는 거야..."

"그래? 그래서?"

"그래서 이모한테 전화를 했지."

"이모한테? 그 새벽에?"

"응. 너무 급해서... 이모한테 새벽에 죄송하지만 미역국이 맛이 없게 됐다니까 이모가ㅋㅋㅋ"

"이모가 뭐래?"

"잘 찾아봐... 미원 있나! 미원 없으면...

 혹시 소고기 다시다 같은 것 있으면 조금씩 맛이 날 때까지 넣어봐"

"아~ ㅋㅋㅋ 그랬구먼!"


생일이 되면 늘 아들의 미역국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는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미역국이었다.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 풍습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산후조리에 먹은 미역국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감사함을 느껴보자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산후조리 시 미역국을 먹는 어머니의 마음은 젖이 잘 나오게 함으로써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뜯어먹어 산후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했다'하니 그 기원이 흥미롭다.


며칠 전이다.


"당신 생일에 미역국이랑 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닭볶음탕!"

"알았어."


홍 집사는 B형이다.

B형 남자 아니랄까 봐 가끔 티를 낸다.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당신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분명히 아무거나 좋다고 했겠다.

"닭볶음탕!"

"닭볶음탕? 닭볶음탕은 오늘 좀 아닌데?"

"우쒸! 아무거나라고 하질 말지 말이지."


그렇게 몇 번이나 닭볶음탕이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주문했다. ㅋㅋㅋ




오늘 아침 드디어 내 생일이다.

돌솥에 하얀 쌀밥과 미역국 생일 밥상을 받았다.

생일이 좋긴 하다.

아침이라 딱 미역국만 주문했다.



(집사님's 미역국)


미역국은 집사님이 나보다 더 잘 끓인다.

"너무 맛이쓩 감사 감사! 정성 돌솥밥까지 감동!"



(돌솥밥은 2인분)


아침을 잘 먹고 커피까지 잘 마셨다.

아침상을 물리고 홍 집사는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새벽에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생일 축하축하! 아빠가 미역국 맛있게 끓여줬다며 카톡에 사진 올리셨더라고...

내가 보낸 선물도 받았지?"

"그럼 그럼 땡큐 땡큐! 앞으로 조금씩 더 올리도록 해!"

아들이 아빠에게 부탁을 한 게다. 현금을 대신 전해드리라며 ㅋㅋㅋ

"그러게 아빠가 다 기록해놨다고 보여주던데... 채무가 꽤 쌓였던데 괜찮겠어? ㅋㅋㅋ"

"ㅋㅋㅋ 그래서 아무래도 한국에 못 갈 거 같아ㅋㅋㅋ"

"에라이!ㅋㅋㅋ"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 엄마가 끓여주던 미역국...

이제 사위가 끓여주고 손주도 돈 번다고 현금도 주고 그러네...

다 보고 계시죠~~~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저녁엔 닭볶음탕이 제공된다네요^^

한잔 하려구용~

닭볶음탕 스토리도 너무 웃겨서요

다음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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