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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03. 2021

 생일에 닭볶음탕?

생일에 가족이 생각나게 하는 음식... 닭볶음탕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삼 남매 중 막내인 노총각 남동생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아들이 좋아하니 엄마가 더 자주 해주신 음식이기도 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 대신 언니가 막내를 위해 가끔 하는 음식이 있다.

막내가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니 코로나 19가 시작되면서 언니와 나는 늘 막내 걱정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어깨가 아파 옷을 입기도 힘들다는 언니가 바리바리 장을 봐서

막내 집에 한 냄비 끓여놓는다. 며느리 귀찮을까 경비실에 김치 맡겨두고 오는 시어머니처럼

언니는 막내가 쉬는 날은 쉬어야 한다며 근무할 때 슬그머니 가서 끓여놓고 나온단다.


그 음식은...

닭띠인 동생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음식, 닭볶음탕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먹어 그런지 삼 남매가 다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음식 프로그램에서 '닭볶음탕'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엄마가 참 잘해주셨는데... 언니도 엄마랑 똑같은 맛을 내지.

막내가 엄마 닭볶음탕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젠 가끔이라도 엄마 대신

언니가 해주니 다행이지...'



(울 언니 닭볶음탕)


형만 한 아우?

없다!

울 언니 최고!


(울 언니 닭볶음탕)


음식은...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고 추억하게 하고

해주고 싶은 마음 가득 하나 해주지 못할 때는 마음 한 구석이 허하다.




"당신 생일에 미역국 말고 먹고 싶은 음식 말해봐. 해 줄게."

평소에 닭볶음탕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삐딱선을 탄 홍 집사한테 통쾌하게 말한다.

"생일날에? 음... 닭볶음탕!"

"닭볶음탕?"

자신이 잘하는 '새우 감바스' 정도를 예상한 듯한 홍 집사가 의외의 주문에 살짝 당황한다.

"다다다 닭볶음 타~~~~ㅇ~? 아아 알았어. 해 줄게!"


생일날 아침엔 돌솥밥에 미역국을 얻어먹었고 저녁엔 닭볶음탕을 기다린다.

홍 집사 요리 역사상 아마도 처음 해보는 메뉴일 것이다.

나도 잘 안 해본지라 그가 얼마나 신경을 쓸까 살짝 신경이 쓰인다.

아니다 다를까...


조용하길래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책상 앞에 분명히 앉아는 있는데 머리는 앞으로 45도 정도 숙이고 있다.

'엥? 졸고 있잖아?ㅋㅋㅋ'


컴퓨터 화면을 보고 마음이 급 짠~ 하다.

화면에 보이는 영상은 다름 아닌 '닭볶음탕' 조리 영상이다.

닭을 끓이는 장면을 보던 홍 집사가 그만 잠이 든 게다.

'에구... 괜히 복잡한 닭볶음탕을 주문해서...'

주문 취소를 하자니 홍 집사 모양이 빠질 것 같아서 걍 기다려본다.




홍 집사 주방에 등장!

"우와~ 요리 시작하시게?"

"응"

살짝 긴장한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서포트ㅋㅋㅋ

표시 안 나게 치고 빠지기!


닭볶음탕을 하려면 부재료인 야채를 다듬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일이다.

허니... 슬쩍 손가는 부분을 거든다.

"여보~ 감자랑 당근이랑 깎을까?"

"아니? 응? 그래!"

깎아달라는 말이다.

훌러덩 감자 당근을 깎는다.

"대파는 얼마나 필요해? 손댄 김에 대파도 다듬을게!"


대충 부재료 준비를 거들고 암거도 안 한 척 살짝 빠진다.

홍 집사 표정이 훨씬 밝아진다.


"와~ 육수를 끓이나 봐? 뭘 넣길래 냄새가 죽이는데?"

"뭐 별거 없어!"

"에휴~~~ 괜히 내가 닭볶음탕을 해달라고 했나?"

"아냐 아냐~~~ 다 됐어 5분만 졸이면 돼!"

벌써 다 됐단다.

홍 집사 어깨가 천정에 올라붙었다.




엄마 말이 생각난다.

'누굴 부리려면 알아야 부린다. 알고 모르고 차이가 하늘과 땅이에요!'

닭볶음탕을 끓일 줄 알기에 알게 모르게 알짱알짱하면서 표시 안 나게 거든다.


'도움을 받는 거 같기도 하고 혼자 한 거 같기도 하고...'

라는 생각이 들게끔 선을 넘지 않으면서 ㅋㅋㅋ


닭볶음탕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집사님's 닭볶음탕!

Gooooooooooooo!



ㅡ집사님's 닭볶음탕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볶음용 닭 한 마리-1kg
감자-4개
당근-1개
생표고버섯-4장
양파-2개
대파-2대
청양고추-2개
홍고추-1개

닭 초벌
소금-1큰술
끓는 물

양념장
다시마 육수 -5컵
고춧가루-5큰술
간장-6큰술
맛술-2큰술
참기름-1작은술
후춧가루




Yummy!

요리 시작!

닭을 초벌 할 물을 끓이는 동안 야채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논다.





닭볶음탕 육수로 맑은 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다시마 육수가 끓을 동안 닭 초벌 할 끓인 물을 깨끗이 씻어 정리한 닭에 끼얹어 잡내를 잡아!

(닭 정리- 굵은소금으로 불순물을 닦아 헹궈냄)




다시마 육수가 끓으면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맛술을 쪼르르~



당근 감자 제일 먼저 풍덩~

중불에 5분!



닭도 따라 들어 갓!

15분!



감자, 당근을 뺀 나머지 야채도 함께 어푸어푸!

5분!



마지막에 청양고추, 홍고추도 덩실덩실!

불 끄고 완성~~



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이슬!



우와~~~

참기름도 또르르~




너무 맛있다!

생일 선물 지대로네!

앞으로 닭볶음탕은 집사님이 하슈!

캬~~~

메뉴 하나 또 넘겨줌 ㅋㅋㅋ


흠...

이건 밥을 안 볶을 수가 없네.

볶음밥은 또 내가 뽀까야~~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 송송 삭삭!



찬밥을 넣고 착착!



닭볶음탕 진한 국물을 촥!




이건 뭐

...

끝판왕!



엄마 닭볶음탕~

좋아하는 노총각 남동생~

엄마 대신 닭볶음탕을 막내에게 해주는 언니~


오늘은 생일상으로 받은

집사님 표 닭볶음탕~

좋다.


음식은

추억이고

가족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여보~ 감사용! 생일에 당신이 끓여주는 닭볶음탕을 먹을 줄이야~

감동일세!"





ps: 생일은 벌써 지났습니다만

     글은 이제 올립니다.

     

    봄비가 오네요.

    맛난 저녁 드시고

    행복한 주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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