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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15. 2021

만일 사흘 만 볼 수 있다면...

며칠 정도 눈이 멀거나 귀가 머는 경험을 하는 것은...축복이다.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경험이 인격을 만든다
Character cannot be developed in ease and quiet. Only through experience of trial and suffering can the soul be strengthened, ambition inspired, and success achieved.

인격은 편안하고 고요한 환경에서 성장되지 않는다.
시행착오와 고통을 통해서만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ㅡ헬렌 켈러 Helen Kellerㅡ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는 중이다.

곳곳에 있는 박물관을 돌아보는 패키지 투어를 하던 중 '블라인드 박물관'에 들어갈 차례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박물관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얼굴은 살짝 홍조를 띤 채 서로 마주 보며 한 숨을 쉰다.


'뭐지? 살짝 겁이 나기도 하는데...'


어느 새 차례가 돌아와 안내를 받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암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할 때 직원의 안내에 따라 벽만을 의지한채 무작정 걷는다.

홍 집사(남편)와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데 식은땀이 난다.


드디어 난코스!

코너를 만나니 벽의 끝이다.

절벽에서 떨어질 것 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홍 집사가 갑자기 내손을 부서질 듯 잡는다.


잠깐의 암흑이었는데...

무섭고 아찔하고 금방 심장이 멈출듯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이 극에 다다랐을 때 전등이 하나, 둘 씩 켜진다.

'휴~~~~~'

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살았다~~~'하는 안도감...


"너무 기분이 묘하다 그취?"

"그러게 좀 무섭기도 하고..."

"그니까 심장이 벌렁벌렁ㅠㅠㅠ 코너 돌 때는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니까."

"맞아 나두ㅠㅠㅠ"

"에휴 당신이 얼마나 손을 꽉 잡았으면 손이 저린다 저려!"


호들갑도 호들갑도 ㅋㅋㅋ

"근데 말이야... 묘한 이 기분... 당신도 알 거 같지?"

"그러게... 착하게 살아야 해."

"빙고! 잠깐 안 보이는데도 이러니... 평생 못 보고 못 듣고 말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하겠어ㅠㅠ

착하게 살자고."

"그러게 감사하고 살아야지. 잘 갔다 온 거 같네."

"그니까..."





19개월 만에 열병을 앓고 난 후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켈러.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 장애를 딛고 하버드 부속대학까지 졸업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에 평생 헌신한 그녀가 53세 쓴 자서전과 함께 수록된 에세이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그녀는 이렇게 언급한다.


첫째 날에는 나를 가르쳐주신 셜리번 선생님을 찾아 그분의 얼굴을 뵙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큰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때때로 성년기 초반에 며칠 정도 눈이 멀거나 귀가머는 경험을 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는

헬렌 켈러.


그녀는 평소에 두 눈이 멀쩡한 친구들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묻곤 했는데...

어느 날 친한 친구 하나가 숲 속으로 긴 산책을 갔다가 찾아왔기에 평소처럼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친구의 대답이다.

"특별한 것은 없었어"


그녀는 친구의 말을 쉬이 받아들인다.

이유는...

늘 그녀는 이미 그러한 반응에 익숙하며, 이미 오래전부터 눈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은 아주 적은 것을 볼뿐 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이나 숲 속을 걷고서도 특별히 관심 가질 것을 찾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보지 못하는 나는 그저 만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것을 수백 가지나 찾을 수 있는데...'

라는 헬렌 켈러의 말에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대학에서 20여 년을 강의를 했지만 단 한 번도, 꿈에서조차도 생각해보지 못한 과목이다.


"눈을 사용하는 방법"


왜?

앞을 못 보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자신이 만약 대학의 학장이라면 "눈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필수 과목을 개설하겠다는 헬렌 켈러.

학생들에게 '어둠은 시각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자 함이라고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내가 눈이 보이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입니다.
시각이라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드리는 충고입니다.

내일이면 보지 못할 사람처럼 그렇게, 눈을 사용하십시오.
다른 감각도 그렇게 사용해보세요.
...
내일이면 더는 듣지 못할 사람처럼 들으십시오.
마치 내일이면 더는 만질 수 없는 사람처럼 만지고,
마치 내일이면 더는 냄새 맡지 못할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고,
마치 내일이면 더는 맛을 느끼지 못할 사람처럼 음식을 맛보십시오.

우리에게 허락된 감각이란 감각 모두를 최대한 발휘하세요.

자연이 마련해준 여러 수단을 통해 세상이 당신에게 선사하는 모든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끽하세요.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야말로 가장 큰 기쁨을 준다고 믿습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사흘만 볼 수 있다면-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봄이 오면 겨울잠을 마친 자연이 깨어남을 알리는 첫 신호인 새싹을 찾으리라는 기대로

나뭇가지를 만진다는 헬렌 켈러...


그녀의 삶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헬렌 켈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봄날, 꽃과 나무와 하늘을 볼 수 있고...

따뜻한 봄날,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따뜻한 봄날, 살랑살랑 봄바람을 느낄 수 있고...

떨어진 꽃잎에서 피어나는 연둣빛 새순을 만질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인생은 자연과 같다.

늘 변화가 있고 늘 굴곡이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고통과 시련의 경험이 없다면 어찌 속이 꽉 찬 인생의 맛을 알 수 있을 터인가!


헬렌 켈러의 명언을 접하면서 나 또한 내인생에서의 시행착오와 역경들을 되새겨 본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경험들이지만 알게 모르게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분명한 영양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더 자세히 보려고 더 자세히 느껴보려고 마음을 다잡고 보고 느끼니...

감사함이 더 크다.


볼 수 있고 맡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만일...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싶을까?






ps:  만일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

     둘째 날

     세째 날...

     무엇을 보고 싶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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