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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20. 2021

오늘은 꼭 퇴직서 내고와야 해!

진정한 행복은... 정신적인 행복!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정신적인 행복
I never thought that a lot of money or fine clothes ㅡthe finer things of lifeㅡ would make you happy.
My concept of happiness is to be filled in a spiritual sense.

나는 단 한 번도 돈이나 고급의상, 그 밖에 부귀를 상징하는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영적 차원에서 충만한 것이다.
ㅡ코레타 스콧 킹 Coretta Scott Kingㅡ


웃 한벌을 장만하려고 백화점에 간다. 그나마 세일 기간에 가야 할인가로 사니 세일 기간을 이용한다.

백화점 멀리서부터 주차장까지 쇼핑하려는 차 행렬의 끝이 안 보인다.


"우쒸! 언제나 세일 아닐 때 백화점을 누빌까나. 가격도 안 보고 말이야. 옷만 보고 이거랑 이거랑 입어봅시다! 하면서 말이야! 개폼 잡고 말이야! ㅋㅋㅋ"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만도 시간이 한참 걸리니 차 안에서 키득키득거리며 주저리주저리 저러고 떠들어댄다.

늘 백화점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세일가에 잘 고르면 제대로 된 물건을 잘 쓸 수 있고 AS도 그렇고 해서 백화점을 선호한 적이 있다.


그땐 그랬다.





명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아니 명품을 살 정도로 여유가 없으니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홍 집사(남편)가 퇴직하면서 아들과 내게 퇴직 선물로 명품을 사 준단다. '싫다'하기도 그렇고 퇴직기념으로 사 준다니 의미도 있고 기쁘게 받아야 남편 기도 살 것 같고... 해서 흔쾌히 가방을 샀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명품'...

명품: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가방이 명품이냐 짝퉁이냐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단다.


갑자기 소나기가 온다.

후다닥 들고 있던 가방을 머리에 올려 비를 피하면 짝퉁! ㅋㅋㅋ

비를 철철 맞으며 가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품 안에 넣으면 명품! ㅋㅋㅋ


얼마나 명품 명품 하면 저런 우스개 소리까지 있으니 재밌다.


소나기를 철철 맞으며 가방이 젖지 않도록 가슴팍에 밀어 넣으니 가방만 빼고 비 맞은 쥐새끼다.

비를 홀딱 맞아 감기에 걸려도 어디다 말도 못 한다.


왜 가방을 가슴팍에 밀어 넣을까?

흔해빠지면 그럴 리가 없다. 가격도 비싸다. 때로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모델도 있단다.

귀하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귀할까?





나이가 들면서 꽃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겨울눈이라는 것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나 자신을 토닥거려주고 싶을 정도다.

바쁘게 사느라 겨울눈을 알지 못했고 들여다볼 생각은 더 하지 못했다.

먹고 사느라 바쁘고 놀고먹느라 바빠 꽃과 나무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벚꽃이 비바람에 다 떨어지고 목련꽃이 후드득 바닥에 내려앉으니...

연둣잎 새순이 얼굴을 배시시 내민다.

온통 세상이 연둣빛 향연이다.

연둣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난생처음 연둣빛에 푹 빠져 행복하다.





잊을만하면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나는 왜 가진 게 없는데도 이렇게 행복하지?'

욕심이 없다.

특히 물질 욕심이 없다. 아니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과욕을 부려본 적이 없다.





홍 집사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다.

"오늘은 꼭 퇴직서 내고 와야 해!"

"알았어."

철썩 같이 약속을 하고는 또 퇴직서를 못 내고 온다.

"아니 도대체 왜 못 내슈? 다닐 만큼 다녔고 권고퇴직도 아니고 희망퇴직인데 당당하게 내라니까!"


당시에 대부분 '권고사직인 명예퇴직' 형태로 퇴직 신청을 받고 있었는데 다른 한 분과 남편, 두 사람만 정년을 3년이나 앞둔 희망퇴직이었다. 더구나 남편은 강남의 노른자 땅에 있는 잘 나가는 지점의 지점장이었다.


"손뼉 칠 때 떠나라 궁! 지금, 실적도 최고라며 지금이 딱이야!"

"아빠! 엄마 말에 나도 격하게 한표! 이제 아빠도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쥥!"

마침 방학이라 집에 와 있던 아들도 아빠의 퇴직을 지지한다.

물론 나의 물밑작업의 영향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물밑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아들, 너 어제 아빠한테 '아빠 벌써 퇴직은 좀 이르지 않아? 그만두면 뭐 하시게?'라고 물은 거 말이야.

아빠가 듣기에는 '아빠, 돈 더 벌어야... 제 뒷바라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뭐... 그렇게 들리지 않을까?

엄마 생각은 그런데? 아들이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아빠가 자신감을 갖지! 어때?"

"아하! 그르네 그르네! 이 여사 말이 맞네. 난 단지 아빠가 그만두기엔 너무 젊지 않나 해서 한 말인데..."

"아니, 아빠도 다른 인생을 살아봐야지... 이 좋은 세상에 의무적으로 그리 오래 다닌다는 게 안쓰럽잖아!

이번 기회가 딱이야!"

"오케이 Got it! 콜!"





홍 집사는 '1년만 더 다녀도 얼마를 더 벌 수 있다'는 둥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쐐기를 박았다.

"여보! 당연히 일을 하니 더 벌겠지... 하지만 지금이 딱 기회야! 앞으론 더 좋은 조건이 없을 것 같다고.

아직 내가 벌고 있고, 아들도 대학공부 다 했고...

우리 둘이 살 집 있고 차 있고... 그럼 됐지 뭐!

연금으로 생활하면 되고 설마 우리가 깨갱하면 아들이 모른 척하겠어? ㅋㅋㅋ"

"저저저저기요 이여사님! 그렇게 막 들이대심 ㅋㅋㅋ저 해외동포여요 ㅋㅋㅋ"

"우쒸!"


그렇게 남편이 퇴직을 했다.

남편이 퇴직을 하고 그러니까 5년 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공교롭게 나도 일을 쉬기 시작했다.


지금이 너무 좋다.

'1년을 더 다니겠다'라고 고집을 부리던 남편을 퇴직시키고야 만 것은 내가 한 일중 손에 꼽히게 잘한 일이다.

내 예상대로 남편이 퇴직한 후 퇴직 조건은 더 좋아지지 않았고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고 하니 정말 잘한 일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좀 싼 숙소에서 머물 때도 있고 고급 호텔에서 묵을 때도 있다.

돈의 차이에 따른 환경은 당연히 다르다.

생각해보면...

좋은 호텔의 추억도 물론 좋지만 대부분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여행 그 자체의 행복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나 혼자 느끼는 행복감이 있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행복감도 있다.


행복은...

혼자 있던 여럿이 있던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다만,

고급 가방, 옷, 그밖에 부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주는 행복은 한계가 있다.


진정한 행복은...

정신적인 행복이다.

그것은...

봄날의 꽃, 나무, 하늘, 아이의 미소, 빛나는 별밤을 보는 내 마음에 있다.






여러분에게 정신적으로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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