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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17. 2021

나보고 '유머화법'을 강의하라고?

'유머화법'... 잘한 선택이었다!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세상을 바꾸는 방법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변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ㅡ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ㅡ


발걸음도 가볍게 강의실 문을 열면서 밝은 목소리로 녀석들에게 인사를 한다.

'유머화법'시간이다.

'유머화법'이라...


때는 2003~5년? 쯤이었던 것 같다.


영문학 드라마 전공인 내가 '유머화법'이란 수업을 맡게 되다니 나도 어이가 없다.


'유머화법'을 강의하시던 교수님이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에 급작스런 문제가 생기셔서

급히 대신 강의할 선생을 모색하던 중 내게 강의 제청을 한 것이다.


"엥? 제가요? 말도 안 돼요 ㅋㅋㅋ 아니 그런 수업이 있었어요? '유머화법'은 듣느니 첨이네요.

암튼 그 수업은 '웃음 연구소'를 운영한다던지 그런 분들을 초빙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선생님 그게... 학생들이 선생님 수업이 너무 재밌다고 아마 건의를 했나 봅니다."

"학생들이 건의한다고 강의 제청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아니 건의고 뭐고 전 전혀 강의할 생각도 없거니와

나름 이론이 있을 텐데 저는 유머화법은 들어보지도 못한 터라 절대 적임자가 아니니 다른 분을 모색해 보심이 어떨지요..."


말도 안 된다며 거절을 했지만 어찌어찌해서 결국은 내가 '유머화법'이란 강의를 맡게 된다.

"아니 말이 되냐고ㅋㅋㅋ 아~ 나 진짜 살다 살다 뭐 이런 경우가 있냐고.ㅋㅋㅋ"

"당신이 엔간히 애들을 웃기니 그렇지 ㅋㅋㅋ"

"아니 웃기는 거랑 수업은 다르지. 뒤늦게 공부하게 생겼잖아 짜증 지대로당ㅠㅠㅠ"





강의를 맡은 이상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는데 당시 한 클래스에 백 명이었는데 1~2분 사이에 정원 마감이 되었단다.

좋게 생각하면 내가 강의를 맡아서 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각하면 '유머화법'이란 강좌 자체가 뭔가 가볍고 학점 받기도 쉬워 보이고... 그니까 대체로 만만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자이던 후자이던 수강신청이 완료되었다.


빼박이다.


억지로 떠밀려 이루어진 일이지만 결국 선택은 내가 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은 '유머화법'이란 강좌를 내가 맡았다는 사실이고,

변하는 것은 '유머화법'을 강의해야 하는 사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선택한 것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그 방식에 대한 고민도 내가 해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에 시동을 건다.

먼저 자료 조사를 해야 하니 대형서점을 스캔하는데...

이런!


'유머'란 단어로 검색을 모조리 해봤지만 '조크', '농담', '섹스 유머', '깔깔대는 이야기' 등등의 가벼운 책만

있을 뿐 강의를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전문서적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아~~~ 슬프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옛날 먹고살기 힘든 시절 대중 매체를 통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TV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웃으면 복이 와요'다.


'웃음'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웃음치료', '웃음 연구소'등이 생겨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으니 당시에

전문 서적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할 수 없이 선진국의 웃음과 유머에 관한 자료를 찾다 보니 그들은 1900년대부터 웃음과 유머를 연구하기 시작했더라... 에휴 ㅠㅠㅠ 암튼 그 당시에 관련 논문까지 모조리 다 뒤진 것 같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워낙 잘 웃긴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나는 처음으로 '유머'와 '웃음'에 관한 전문적인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새롭게 스터디한 이론을 가르칠 생각을 하니 벌써 행복하다.

역시 선생이 천직이다.




'유머화법'은 50분씩 2부로 구성되어 있는 교양수업이다.

강의, 발표, 토론으로 100분을 구성한다.


드디어 '유머화법' 첫 시간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난리다.

"우와~~~ 우리 교수님이닷!!!!!!"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난다.

영문학 관련 수업에서 만나던 영문과 학생들이 있었던 게다.

녀석들이 그래도 좀 안다고 친한 척이 하고 싶은 거다.


"임윤아!"

"네~~~~~교수님~~~"

"내가 왜 니네 교수냐! 매점에선 쌩깐 것 같은데? 급 친한 척은... 너  감점!"


녀석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거린다.



출석을 부르고 수업이 진행된다.

조별로 발표를 하게 하고 강의로 보충설명을 한 뒤 토론으로 이어진다.


당시에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에 가장 많이 첨부한 자료는 '개그콘서트' 콘텐츠였다.

실제로 개그 장면을 롤플레잉 하기도 하고 웃음 코드를 캐치하여 이론에 접목시킨다.

수업시간 내내 하하 호호 까르르까르르 난리도 아니다.


녀석들이 눈물 콧물 빼며 웃고 떠든다.


세상에나 이건 뭐 예상 밖의 결과다.

가르치는 나도 배우는 녀석들도 원 없이 웃고 떠든 수업이었다.


그거면 됐다.


"여보셔들!

'웃음은 마음의 조깅이다.'

누가 말했다고?


깔깔거리던 녀석들이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인다.


"웃지만 말고 있어 보이는 이론은 메모를 하라고! 중간고사에 낸다! 분명히 문제 하나 가르쳐줬다."

"네~~~~~~~"


"윤아!"

"웃을 때 사용되는 근육이 뭐뭐라고?"

"안... 안..."

"안... 뭐?"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이 그렇게 없누? 기억 안 나면 배운 대로 웃어 ㅋㅋㅋ 제대로 웃으면 봐주고 ㅋㅋㅋ"





웃다가 수업이 끝난다.

백분이 십분 같다.

왜?

즐거우니까...


학생들이 종강 때 내게 했던 말이 감동이다.

"교수님, 대학 4년 동안 수업시간에 이렇게 웃으면서 강의를 들어본 적은 처음입니다. 아니 난생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유머화법'은 첫 강의 후 바로 클래스가 하나 더 생겨 백 명씩 두 클래스를 강의했는데 수강 신청할 때마다 1~2분 만에 마감이 되는 인기 강좌가 되었다.


나 스스로도 뿌듯하고 보람 있고 감동적인 기억 속에 남아있는 꽤 멋진 수업이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우리는 살면서 좋든 싫든 겪어야 할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된다.

좋은 상황만 만나게 되면 다행이지만 인생이 란게 어디 그런가.


그러니...

좋지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될 때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변하면 된다.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만 해도 우리에게 놀라운 힘이 생긴다.


내가 스스로 변할 수 있다면 내가 만나는 상황과의 관계도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
변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ㅡ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ㅡ


강의 제청을 받았을 때 펄쩍 뛰며 난리를 폈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우쒸!

'나보고 유머화법을 강의하라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 록...

'유머화법'...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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