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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28. 2021

이것은 감자튀김인가 감자전인가

바사바삭 쫄깃쫄깃~바쫄바쫄!

<감자... 나>

"우와~~~ 감자볶음이닷!"

"우와~~~ 감자조림이닷!"

"우와~~~ 감잣국이닷!"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해주신 음식 중 감자볶음, 감자조림, 감잣국...

감자를 너~~~ 무 좋아하는 나는 한결같은 리엑션을 날린다.


"엄마 엄마 엄마!"

"아유~~~ 한 번만 부르셔."

"ㅋㅋㅋ 넘 맛있어서 글쥥 감자볶음 또 있쥥?"


감자를 듬뿍 넣은 고추장찌개, 카레가루와 기가 막히게 휘감기는 감자를 정말 좋아한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튀김인데 감자를 튀기면 끝이다.

감자튀김 참 맛없기 힘들지 아니한가.


여행길 휴게소의 먹거리로 통감자구이는 어떠한가.

누가 뭐래도 족히 베스트 5안에 당당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뭐든 예외가 있는 법!

내가 좋아한다고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다 그런 건 아니더라.


<감자... 홍 집사>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신혼 초의 일이다.

시댁에 가는 중 차 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사이 홍 집사는 휴게소고 뭐고 패스 패스 중단 없는 전진이다.


"우쒸! 아아아아아니 휴게소도 안 쉬고 그냥 가는 거야?"

"당신이 곤히 잠들었기에 안 깨웠지."

"뭐래니! 잠을 곤히 자지 그럼 눈뜨고 자남? 깨웠어야지~~~화장실도 가야 하고 ㅠㅠㅠ

아니 무슨 일 난 것도 아닌데 왜 쉬지도 않고 달리는 건뎅?"


화장실은 핑계고 사실은 휴게소에서 쉬지 않았기에 꼬라지가 난 거다.

왜?

휴게소에서 통감자구이에 떡볶이나 어묵 정도 먹어줘야 장거리 가는 맛이 난다는 말이다.


입을 내밀고 꿍시렁대니 홍 집사가 살짝 당황하며 수습 중이다.

"아아아아알았어 다음 휴게소에서 쉬면 되지."

"꼭 들려야 해 휴게소!"


다음 휴게소에 도착이다.

보란 듯이 화장실에 한 번 들렸다가 눈썹이 휘날리게 통감자구이랑 마실 것을 산다.


6남매 중 막내인 홍 집사는 시골집을 가는 날이면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지 휴게소고 뭐고 그저 빨리 가고 싶은 모양이다. 휴게소에서 쉬지 않음을 닦달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 먹을 곳도 마땅치 않으니 선심 쓰듯이 생색을 낸다.


"그냥 차에서 먹지 뭐!"

홍 집사가 아이처럼 좋아한다.


다시 출발한 차 안에서 통감자에 소금을 솔솔 뿌려 홍 집사에게 먹으라 권했는데...


"아 난 괜찮아. 당신 먹어!"
"엥? 왜? 출출하지 않아?"

"웅. 그리고 나 통감자 안 좋아해."

"오잉? 그래? 왜?"


어찌하다 보니 통감자를 같이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홍 집사가 통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던 게다.


통감자를 왜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홍 집사의 대답이 짠하다.

가난한 집에서 먹을 게 없으니 그렇게도 감자를 많이 먹었단다. 심지어 쌀이 부족하니 쌀은 조금 넣고 감자를

잔뜩 넣은 감자밥을 하도 먹어서 감자가 싫다는 게다.


감자밥은 구경도 못해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가 해준 감자요리를 신혼 때 마구 마구 해줬다.

그다지 어렵지 않고 엄마 맛을 비슷하게 흉내를 내니 홍 집사도 잘 먹길래...

그리고 감자를 싫어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해본 적이 없기에 갑자기 마음이 짠하다.

"아니 그럼 진즉에 말을 하지ㅠㅠ 난 그것도 모르고 감자 반찬을 해줬는데 잉잉~"
"아냐 반찬은 괜찮아. 엄마가 해준 감자 반찬이 가끔 생각나기도 하고 또 엄마가 해준 고추장 감자조림은 지금도 맛있어."


그 이후 나는 울 엄마가 해준 간장 감자조림보다 어머님표 고추장 감자조림을 더 많이 한다.


똑같은 감자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다를까...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먹거리가 다른 사람이 만나 30년을 살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감자... 감자전>

감자전은 어릴 때 엄마가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감자전은 어른이 돼서 주점을 기웃거리거나 가끔 등산을 할 때 역시 하산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에서 막걸리에 감자전을 먹으면서 그 맛을 본 것 같다.


감자를 좋아하니 감자전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집에서 하려면 깎고 갈고 부치고 손이 많이 가서 선뜻 하게 되지 않는데 언젠가 홍 집사가 퇴직 후 감자전을 해준 적이 있다. 어느 레시피를 보고 했는지 내가 먹어본 감자전 중에 최고였다.



며칠 전부터 홍 집사가 감자전을 해준단다. 아마도 쉬운 레시피를 찾았나 보다.

"우와~~~ 그때 그 감자전? 감자 몇 개 필요해? 집에 두어 개 있는데 모자라면 더 사야쥥?"

감자가 부족할지를 물었더니 채칼이 있어야 한단다.

"아니 갈아서 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암튼 내가 본거로는 이삼천 원하는 싼 채칼

채를썰어 하는 거라는데 흠..."


이건 또 머선소리고 ㅋㅋㅋ

"이삼만 원짜리로 하면 안 되고? 꼭 그거로 해야 한다고? ㅋㅋㅋ"


속으로 웃겨 죽겠지만 맘 변하면 안 되니 꾹 참고 채칼을 사러 간다.
동네 마트에 가니 그 채칼이 없다.

"오늘 못하겠다ㅋㅋㅋ"


잔뜩 먹을 기대를 하고 있다가 못 먹게 될 때 심정은 누구나 비슷할 게다.

울화통이 치밀지만 또 한 번 꾹 참고 들이댄다.

"어케 그럼 거기 가봐? 종합주방그릇 가게?"

하기 싫으면 안 가겠다고 할 텐데 또 그렇게 하자니 주방그릇가게까지 갔는데...

이삼천 원짜리 채칼 옆에 이만 원짜리 일제 채칼이 있더라.


"이거로 살까?"
"엥? 일제 채칼을? 싼거로 해야 한다며?"


마침 채칼이 오래되어 새로 사려던 참이어서 똘똘한 거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래 그거로 사지 뭐 똘똘하게 생겼네."


결론은 이삼천 원짜리 채칼 이어야 한다더니 열 배가 비싼 채칼을 샀는데...

집에 와서 뜯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또? 맘에 안 들어?그거로는 못해?"

"음... 이거로는 안 되겠는데?"

"우쒸! 감자전 두 번 만 했다가는..."

결국은 감자전은 물 건너갔다. 내일 다시 그 싼 채칼을 산단다.


'아주 돈 x랄을 하셔ㅠㅠㅠ'

속에서 천불이 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장맛비처럼 내린다.

"홍 집사 어케 오늘은 빼박일세 ㅋㅋㅋ 감자전 하셔야것슈?"


아직도 포기를 안 했는지 야심 찬 표정으로 이런다.

"오늘 가서 그 채칼 사다가 진짜 맛있게 해 줄게."

"콜!"



(문제의 채칼)


우쒸!

암튼 맛만 없어봐... 월급에서 깐다ㅋ.

도대체 뭘 어떻게 한다고 채칼 ~채칼 타령인지 맘 같아 선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섣불리 걷어찼다가 이제 한창 요리 솜씨가 물이 오르는데 주저앉으면 나만 손해다.

참아야 하느니라...


집사님 표 감자전!

Goooooooooooo!




ㅡ집사님's  감자전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감자 - 600g
소금 - 1/2작은술
청양고추- 4개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감자 옷을 벗겨!




채칼이 길쭉하게 썰리는 칼이 아닌 동글납작하게 썰리는 채칼로 썬다.






동글 납작 감자채 색깔 좀 보소~~





청양고추도 송송!





 소금을 솔솔 뿌려 살살 섞어 버무려준다.




오늘은 스테인리스 팬에 한단다.

스테인리스 팬이 예열된 정도는 물을 뿌렸을 때 또르륵 굴러가면 굿이다.

충분히 예열된 스테인리스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채 썬 감자를 적당한 양으로 분배하여 노릇노릇하게 부쳐낸다.





''이거도 찍어줘 ㅋ''

''아주 생쑈를 해요 ㅋ''


채를 썰기 시작하자마자 손을 살짝 베인 홍 집사!

으이그 이걸 앓느니 죽는다고 해야 하누~~~

"여보슝 아니 피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는데...

어케 막 쥐어짰나 봐?  몬 산다 몬 살아 ㅠㅠㅠ"




밴드를 떼어보니 ㅋㅋㅋ

''누가 봄 손가락 잘라진 줄 알았것네.

으그 엄살 삼백단!''





노릇노릇하게 앞뒤로 잘 구워내면~~~





요렇게 감자전 완성!





물 없이 갈지 않고 채 썰어 만든 감자전!


"우와~~~ 식감이 완전 바삭바삭 쫄깃쫄깃 바쫄바쫄인뎅?"

"그러게 감자튀김 같기도 하고 맛있네!"

"아이고 감자전 한번 요란하게도 먹네 ㅋㅋㅋ 두 번 만 채 썰다간 아주 헌혈하겠수 ㅋㅋㅋ

암튼 우쭈쭈! 욕봐슝ㅋㅋㅋ"


그야말로 난리 났네 난리 났어!

한바탕 소동 끝에 감자전을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니 다행이다.

게다가 피까지 봤으니 맛이 없으면 어쩔 뻔했나...

심지어 피까지 보면서도 어떻게든 해주려고 하는 홍집사마음이 감동이다.

에휴ㅋㅋㅋ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정성이고

기다림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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