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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un 29. 2021

감사함을 표현하는 습관

마음만? 노노노!  표현도? 예스!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리뷰ㅡ

감사를 표현하라
No duty is more urgent than that of returning thanks.

감사에 보답하는 것보다 더 다급한 임무는 없다.
ㅡ제임스 앨런 James Allenㅡ


"저저저저저저기 뒷문 벽 쪽 뒤에서 두 번째 학생... 뭐지?"


강의를 하다 보면 다양한 학생들을 만난다. 전공수업의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지만 교양수업에서는 간혹 있는 일이다. 어쩌다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아 죄인처럼 머리를 책상에 숙인 채 잠수하고 있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선생도 사람이니 생긴 모습만큼이나 캐릭터도 다르다.

교재 없이 그 모양으로 있어도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선생도 있다.


나는 수업을 안 하면 안 했지 절대 그 꼴은 못 본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학생이 나를 쳐다본다.

"그래 학생 말이야. 뭐냐고? 어디 아파?"

"아아아아 아닙니다.ㅠㅠㅠ"
"그럼 뭐야. 책상이랑 무슨 얘길 그리 하누?"


녀석들 푸훕시작이다.

"100분 수업인데 어쩌려고 그러고 있냐고~ 수업 안 들을 거야?"
"아닙니다!"

"그럼 어쩔 건데?"

옆에 앉아 있는 학생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그 옆에! 태성이지?"
"넵! 박태성입니다."

"내가 성이 뭐냐고 물었쑤?"


녀석들이 빵 터진다.

"아니~~~ 이쯤 됐으면 책같이 보자는 사인 좀 보내면 안 되겠어?"

"아~~~ 네네네네!"


그제야 태성 학생이 옆으로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한다.

그래도 책이 없는 학생은 머쓱해 어쩔 줄을 모른다. 아마도 복학생이거나 타과 학생이거나 암튼 내 수업을

한 번도 안 들어본 학생임에 분명한 것이...

그러지 않고서야 내 수업시간에 교재도 없이 들어와 대책도 없이 무방비로 앉아있을 리가 없다.



"학생! 태성이가 오라잖아. 얼른 옆으로 가서 교재 같이 보도록 해!"


그제야 자리를 옮긴다.


"학생 이름이 뭐지?"
"김철민입니다."

"그래 철민 학생! 이 수업 끝나고 태성 학생한테 반드시 음료수 쏘도록 해"
"넵!"


아직도 여기저기서 키득키득거린다.
"아이고 또 한 껀 잡았지? 고마해!"

꼭 유난히 더 낄낄거리며 오버하는 학생이 있다.

"으그 저저 문경수! 스탠드업 구다사이."


경수가 입을 틀어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재를 같이 본 경우 어카라구?"
"음료수를 쏩니다."



"빙고! 뿐만 아니라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줄 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줄 때 등 일상의 사소함에서 감사할 일은 수없이 많지. 감사하게 여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뭐라고?"

"표현하는 거요~~~"





생활영어회화시간이 졸지에 인성교육시간이 된다.

특히 대학교 1학년은 고3보다 더 애기가 된다.

고3 때는 공부에 찌들어 세상 고민 다 짊어진 양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아이들이다. 공부에 방해가 될까 온 가족이 꼿발 들고 다니니 상전인 줄 알았을게다. 그러다가 대학이란 곳에 들어오면 그 안에서 막내니 새내기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다.


고3이란 이유로 오로지 수능시험만을 위해 살아온 시간 동안...부모조차 혹여 신경을 건드릴까 줄곧 하던 밥상머리 교육도 쉬어간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대학에 들어왔기에 불쑥불쑥 튀기도 하고 때로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 움츠려 들기도 한다. 역시 물론 다그런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그저 영어만 가르치고 인성교육은 외면하기가 잘 안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고 집안에서도 귀한 아들이지만 밥상머리 교육은 내가 배운 대로 아니 어쩌면 더 지독하게 아들에게 했을지도 모른다. 중1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아들 자신도 행복한 유학생활을 했다니 밥상머리교육이 한 몫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 아들에게 했던 단골 멘트는 내가 생각해도 후덜덜이다.


"마! 너 그따위로 할 거면 한국에 들어와. 엄마는 유학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어.

먼저 인간 됨됨이가 되고 유학도 하는 거야. 알?"


'감사 표현'도 인성교육에서 빠질 리 없다.





지난 5월 아들 생일이었다. 아들은 선후배가 미역국을 끓여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운동복도 선물로 받았단다.

얼마나 고마운지 코끝이 찡해진다.


"아이고 세상에나 감동일세. 고마워서 어쩌면 좋아 ㅠㅠㅠ 엄마가 차려줄 상을... 아들!"
"이여사! 나도 뭐라도 인사를 했다고요 ㅋㅋㅋ"


아들은 엄마가 할 말을 먼저 한다.

어릴 때부터 껌 하나를 받아도 꼭 감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왔기에 내가 봐도 제법 알아서 처신을 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사람 마음은 비슷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었을 때 누군가로부터  감사의 표현을 받았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감사인사를 받은 사람에게는 또 뭔가를 해주고 싶다.

똑같은 친절을 베풀어도 매번 무소식인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성이 나빠서 일까?

'아니다'에 한 표다.

표현해 보지 않았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감사 표현도 일종의 습관이다.


습관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었다면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습관을 들여봄 어떨까...


감사를 표현함은 단순한 예의나 체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친절이며

상대방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다시 강의실이다.

"철민 학생 내가 책 같이 보게 해 줬지?"
"넵! 감사합니다!"
"태성이는 괜찮아?"
"네네?"
"아니~~~ 책을 1도 같이 볼 생각이 없었는데 ㅋㅋㅋ 내가 강제로 같이 보라 해서 말이야!"

"아아아아아~~~ 괜찮습니다."
"그래 ~~~ 땡큐 땡큐!"





사진: pixabay


ps: 혹시라도 머쓱해서, 낯간지러워서 혹은

가까운  가족이니까 ...        

감사표현을 못하신 적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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