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탑에 작은 꽃집!

22화: (루프탑 2편) 아직 빈집이지만 가슴이 설렌다

by 이작가야

초등학교 때 방학이면 시골 친척집에 가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웠다.

여행을 가는 일 아니고는 서울을 떠나 본 적이 없는 나는 완전 서울 촌놈이다.


서울 촌놈이 진짜 시골 촌놈과 결혼을 했다.

아마 신혼 때쯤 고속버스를 타고 시댁에 가던 중이었던 것 같다.


"와~~~ 저거 '파' 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ㅋㅋㅋ

창피했던지 홍 집사가 조용히 말을 더듬는다.

"보보보보리야."


그럼 그렇지 내가 맞힐 리가 없다. 내 눈엔 초록 식물은 다 똑같아 보인다.


있어 보이는 말로 나는 '식물맹'이다.

요즘은 많이 알려진 단어이기도 한 '식물맹'이란 의미는 1999년 식물학자이자 교육자인 엘리자베스 슈슬러와 제임스 완더시에 의해 제안되었다고 한다.


식물맹: 식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전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식물을 인간이나 동물에 비해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
-슈슬러와 완더시 : 식물맹 이론에 대하여 (Toward a Theory of Plant Blindness)-



식물맹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물의 이름을 모르거나 나처럼 '파'인지 '보리'인지 구분을 못한다. 그러니까 'ㄸ 인지 된장인지 구별을 못한다'는 말이다.


'파'인지 '보리'인지 구별을 못하는 식물맹이라면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골 출신인 홍 집사는 식물에 관해 상당히 박식한 편이다. 최소한 식물맹인 나의 시각에서는 그렇다.


"여보~ 저거 진달래얌? 철쭉이얌?"

"저건 영산홍이야."

"우와~~~ 대다나다! 어케 그케 잘 알아?"

"여보슈~ 쉿!"


창피하단 말이다. 그래도 난 홍 집사가 대단해 보인다. 묻는 질문에 막힘이 거의 없다.

내가 알리가 없으니 먼저 알려주기도 한다.


"자~~~ 저기 흰꽃 보이지. 저게 참깨 꽃이야. 저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익으면 끝에서부터 터져서 깨가 쏟아져

나온단 말이지... 그러니까 터져 나오기 전에 베는 거야..."

"꺅~~~ 그러는 거얌? 우왕~~~ 대나다나 !!!"


차 안이니 난리난리다. 리엑션이 하늘을 찌른다.



(시행사:휘페스타)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몇 번의 터닝 포인트,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라 함은 아마도 집을 짓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인생 제2막을 여는 즈음 전원에서 주택을 짓고 있다.

마당도 있고 루프탑도 있다.


루프탑도 감사한데 그곳에 작은 꽃집을 짓는다.

그것도 식물맹인 내가 말이다.





꽃집이 한창 모양을 내는 중이다.



(루프탑 화단 제작중)


편하게 꽃집이라 하지만 꽃은 물론 작은 나무도 향 좋은 허브도 꽃집 주인이 될 수 있다.


집을 지으면서 식물맹 탈출에 도전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집을 짓기 전에 살던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관리는 홍 집사의 몫이었고 그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식물맹인 나는 당연히 관심도 없었다.



'식물맹'이기도 하고 완전 서울 촌놈이기에 자연과 멀어진 도시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다는 '자연 결핍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내가 시골에 집을 지으면서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음이 신기하다.


집을 짓는 동안 주택건설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임시주택에서 벌써 10개월 째 살고 있다.

그러니까 울긋불긋 이쁜 단풍으로 물든 지난해 가을 임시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 나는 ...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매일 아침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만난 자연은 식물맹인 나에게 어서 눈을 떠보라 속삭였다.

겨울눈을 처음 보았다. 꽃이 피고 지고 신록이 푸르른 여름을 만나 매일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듣는다.


식물맹이니 식물에게 할 말이라고는 '미안해'라는 말 밖에는 없지만...

너그러운 식물이기에 '괜찮아'라고 손을 잡아 줄 것 같기에...


용기를 내어 꽃집을 짓는다.


집을 지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다.

그래서 감사하다.



루프탑에 꽃집을 짓는 일 또한 감사한 일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자신은 없지만 도전해본다.


좋은 흙에 씨앗을 뿌리고 햇빛 , 물, 바람...

그리고 지금까지 미안함 보다 더 큰 사랑을 주면 되지 않을까.


싹이 나고 안 나는데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천천히 친해지면 되지 않을까.





"여봉~~~ 아무래도 내가 집을 지으면서 착해지는 거 같지 않아?

식물이라고는 1도 관심이 없었는데 왠지 당신이랑 식물 이야기를 매일매일 아주 많이 할 것 같은데?"
"엥? 난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 ㅋㅋㅋ"

"에라이ㅋ"


루프탑에 작은 꽃집!

아직 빈집 이건만 가슴이 설렌다.







ps:

'쥔님과 집사님네 집 짓는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알콩 달콩 지지고 볶는 이야기 기대 해주세용!

현재 집을 짓고 있는 중이며 이번 달 말에 입주예정입니다.


쥔님: 남편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

'저'입니다.

집사님: 퇴직 후 설거지를 빼고 집안일을 자청,

집안일을 담당하시는 남편 '집사님'

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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