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가 이야기

23화: 그땐 그랬지~~~ 추억이 삼삼하다

by 이작가야

<수돗가... 초등학교>

초등학교 때 제일 잘하는 운동 중 하나가 피구였다.

어찌나 뱃심이 좋으신지 웬만한 공은 턱턱 다 받아냈다.

키는 작지만 졸지에 '땅콩 피구왕'으로 통하기도 했다.


공을 턱턱 받을 때마다 죽었던 선수들이 한 명씩 살아날 때 어찌나 개폼을 잡았던지 생각만 해도 민망하다.


체육시간이 끝나면 고개를 까딱까딱 잘난 척을 한번 하고는 냅다 뛰어가는 곳이 있다.


수돗가!



(제주도 소재 'ㅁ'초등학교)



수돗가로 아이들이 모인다. 거기서 또 한 번 잘난 척을 한다.


"야~ 김지은! 어디 갔나 했더니만... 너 내가 몇 번을 살려줬는데 의리없이 니 혼자 와서 물먹고 있냐 확!

언니 먼저 먹어야지ㅋㅋㅋ 목 말라죽겠어. 언능 나와라~~~~!"



(사진:네이버 블로그)


어찌나 생색을 내시는지... 생색의 여왕 맞다.ㅋㅋㅋ


"알써 세수만 하고~~~"

"니가 뭐 한 거 있다고 세수를 해! ㅋㅋㅋ"


체육시간이 끝나면 그렇게 옹기종기 바글바글 머리를 맞대고 낄낄 거린 곳...


수돗가의 추억이 삼삼하다.



<수돗가... 김장>

지금이야 김장을 많이 하는 집이 드물지만 어릴 때만 해도 김장은 1년 중 가장 큰 일이기도 했다.

먹을게 많지 않으니 겨울 김장 김치면...

김치찌개, 김치 볶음, 김치 부침개에다가 고향이 이북이신 아빠가 좋아하셨던 왕만두까지 온통 김치가

주인공이다.


한겨울에도 차디찬 동치미 국물에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더운밥도 아닌 찬밥을 꾹꾹 말아 참기름 또르르

깨 솔솔~~~


아우 침이 꼴깍꼴깍 나오는 김치말이 밥도 역시 김장김치가 주인공이다.


화려한 메뉴의 주인공인 김치를 만드는 날, 겨울 김장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많은 손길이 모이는 곳이 있다.

수돗가!


수돗가에 동네 엄마들이 모인다.

뉘 집 아들이 어떻고 딸이 어떻고 시엄니가 어떻고 서방이 어떻고 ㅋㅋㅋ

어떻고 어떻고...

그랬다 하드라~~~~


쯔쯔쯔...

까르르르...


사람 사는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그렇게 삶의 내음이 묻어 있는 곳...


수돗가의 추억이 삼삼하다.



(사진: 네이버 이미지)



<수돗가... 해수욕장>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엄마 아빠 덕분에 어릴 때 해수욕장에 갔던 추억이 한가득이다.

계곡과 달리 바닷물은 뒤가 찜찜하다.


처음 들어갈 때는 신이 나서 첨벙첨벙 난리를 피고 놀지만 나올 때는 온몸이 소금기로 찝찔하고 발가락엔 모래 가득이다. 어릴 때는 해수욕장에 샤워시설이 거의 없었다. 화장실에 있는 수돗가에서 엄마가 닦아주신 기억이 가물가물할 뿐이다.


요즘은 해수욕장에 대부분 수돗가가 있는 듯하다.

코로나19가 있기 전 그러니까 3년 전쯤? 모임에서 바다여행을 한 적이 있다.


바다에서 신나게 해수욕을 하고 나오니 작고 깔끔한 수돗가가 기다리고 있다.

모래를 씻어내고 소금기도 깨끗하게 닦고 차로 이동하니 개운하다.


해수욕장에 수돗가가 없다면 아마도 선뜻 바다에 몸을 담글 것 같지 않다.


코로나로 발이 묶인 여름이다.

언제까지 추억으로만 삼삼해야 할까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으니 해수욕장의 그곳...


수돗가의 추억이 삼삼하다.



(서울 'ㅂ'해수욕장 수돗가)





<수돗가... 우리 집 마당>

집을 짓고 있다.


(시행사:휘페스타)


마당이 있다.

마당이 있으니 꼭 있어야 할 짝꿍이 있다.


수돗가!


"수돗가 만들면 넘 좋겠당! 그췽?"

"좋고말고!"




(파티오 옆 빨간동그라미 공간: 수돗가 자리)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상추, 오이, 깻잎, 청양고추...

물을 콸콸콸 ㅋㅋㅋ

상큼한 야채를 씻어 식탁에 올린다.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올리고 쌈장에 마늘 한쪽, 좋아하는 청양고추 턱 얹어서...

'짜잔!'

소주 한잔 기울인다.

캬~~~

이것이 찐이지.

인생 뭐 있남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행복 가득 인걸!


마당에 수돗가...

그냥 정겹다.


귀찮은 일거리인 설거지도 수돗가에서 썩썩하니 탄력이 착착!

1도 힘들지 않다.


"수돗가는 그냥 시골 학교 수돗가처럼 만들면 좋겠어."

"오~~~ 나두 그런뎅!"


집을 지으면서 스스로 색맹이라며 인테리어 파트에서 뒷짐을 지고 쑥 빠졌던 홍 집사(남편)가 몇 안 되는 의사표시를 한다. 그중에 하나가 수돗가다.

시골학교의 그것처럼 만들고 싶단다.


"우쭈쭈~~~ 그케 만들고 싶어쪄염 ㅋㅋㅋ 알떠염 그케 만들면 되죵!"


우리 집 마당에도 그렇게 수돗가를 만든다.

시골학교의 그것처럼 못생겨도 수수한 정이 피어나는 추억이 있는 그곳...


시골이 아니어도 어릴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던 그곳이 나도 그립고 정겹다.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 수돗가를 이제 우리 집 마당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렘 가득...


수돗가의 추억이 삼삼하다.







ps:

'쥔님과 집사님네 집 짓는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알콩 달콩 지지고 볶는 이야기 기대 해주세용!

현재 집을 짓고 있는 중이며 이번 달 말에 입주예정입니다.


쥔님: 남편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

'저'입니다.

집사님: 퇴직 후 설거지를 빼고 집안일을 자청,

집안일을 담당하시는 남편 '집사님'

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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