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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7. 2021

요즘 제일 많이 떠오르는 단어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된다.

집을 지으면서 난생처음 거실에 암막커튼이란 걸 설치했다.


층고가 아무리 높아도 설치전문가가 어련히 잘 설치하겠냐만은 설치 전까진 도대체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커튼을 설치할까 했다.


커튼을 설치하는 날 커튼 설치 업체 사장님이 작업자 한분과 함께 오셨는데 사다리를 놓고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시는 과정은 너무 아찔해서 보는 것만도 후덜덜이다.


두 분 다 어찌나 작업을 잘하시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시는지 결과물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스위치를 작동하여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전동커튼은 당연히 가격이 비싸니 수동 커튼을 설치했는데 요즘 기술이 어찌나 좋은지 수동이어도 레일이 워낙 부드러워 자동처럼 스르륵 커튼을 여닫을 수 있다.


'수동이 이렇게 부드러우니 자동은 얼마나 더 편할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이런!


눈만 뜨면 돈이 들어가니 암막커튼도 하지 말까 했던 생각에 급 반성 모드 전환이다.

'떼끼! 지금도 감사할 일이 넘치는데...'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는 거실에 소파도 놓지 않는다나 어쩐다나...


에휴 ㅠㅠㅠ

소파 없는 거실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일단 나이가 들어가니 좌식보단 입식 생활이 몸에도 좋다.

가끔은 소파에 뒹굴 뒹굴 누리는 맛을 또 봐야 함이 소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도 싶고 말이다.


거주하는 곳이 유난히 겨울이 춥다 하니 월동준비 차원에서 소파 매트를 처음으로 깔아본다.

느낌도 괜찮고 보온 효과도 있어 만족이다.






TV 벽면 꼭대기에 있는 픽스 창이 좀 더 컸으면 했는데 소파에 앉아보니 안성맞춤이다.

조금만 더 컸으면 햇빛이 딱 눈에 내리쬐어 영 불편했을 뻔했다.


벽면에 자리 잡은 TV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드라마다.


홍 집사와 나는 본방을 놓친 드라마는 다시 보기를 할 정도로 드라마 마니아다.

취미라면 취미일 수 도 있는데 함께 드라마를 보니 마치 여자들끼리 수다 떨듯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노후를 맞이하는 연령으로 접어드니 어쩌면 다행인 일 중 하나이지 싶다.


TV를 벽에 걸고 나니 온갖 전선들이 매달려 있는 게 영 눈에 거슬려 진즉부터 작정했던 '선 정리 작업'에 돌입 온갖 선들을 TV 뒤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물론 기술자의 손이 필요하니 비용이 들지만 한번 정리하면 또 건드릴 일이 거의 없다고 볼 때 역시 대만족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아봤다면 TV 아래에 있는 콘셉트는 없어도 될 뻔한 게 아쉽지만 말이다.





소파에서는 TV 벽면에 있는 창이 다 안 보이지만 2층 작업실에서 보면 액자 뷰가 얼마나 이쁜지 순간순간 다른 모습을 만나니 행복만땅이다.

물론 거실 통창으로 보는 뷰도 좋지만 저 녀석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시행사: 휘페스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거실 창의 커튼을 연다.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면...

새들이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솔솔 불기도 하고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리기도 하고

안개가 가득 산을 하얗게 덮기도 하고

파란 하늘이 환하게 웃기도 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요즘 제일 많이 떠오르는 단어다.


'절대'라는 말!


퇴직하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시골촌눔 홍 집사에게...


 '시골? 난 절대 안가! 가려면 갈라서고 당신 혼자 가!'


했던 서울 촌눔인 내가 마치 시골에서 태어난 양 요즘은 이런다.


"주말엔 서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 ㅋㅋㅋ 나가면 안 되겠어. 주말에 먹거리를 사다 놓자궁."


사람 참 간사하다.

나도 내가 이렇게 간사할 줄은...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역시!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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