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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0. 2021

마음을 토닥여주는 날씨

비가 오더니 첫눈이 오더니 맑아지더라... 내 마음같이

코로나로 인해 거의 2년 만에 아들이 캐나다에서 귀국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출국하는 날 아침이다.


창밖에비가 내린다.


"어쩜 아들 와있는 동안 날이 그렇게 맑고 따뜻하더니 가는 날 비가 오네. 완전 축복의 비가 내리듯 이쁘게도 오네."


'축복'이라는 단어로 허전하기 그지없는 마음을 달래 본다.


아침 일찍 공항을 향하는 내내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내린다.


'그래. 아들 떠나는 길에 코로나 녀석 얼씬 못하게 하얗게 퍼부어라!'




해외 출국 시에 제출해야 하는 코로나 제 관련 검사 증명서 때문에 저녁 7시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오전 11시에 도착해 종일 공항에서 세 식구가 시간을 보낸다. 아들과 함께이기에 종일도 그저 아쉽기만 하다.



중1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간 이후 해마다 방학 이면 집에서 머물렀기에 만남의 반가움과 헤어짐의 그 느낌을 알고 있고 익숙해있었는데...



코로나 녀석이  익숙함을 낯섦으로 만들어 버렸다.


2년 만에 만났으니 더더욱 반가웠기에 헤어짐이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아들이 떠난 다음 날 아침 날씨가 딱 내 마음이다.

"와~~~ 여보 저기 좀 봐. 넘 멋지다!"


입에서는 멋지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아들이 떠난 날은 비가 오고

어제는 구름이 잔뜩 끼더니


오늘 아침...

홍 집사(남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여보 첫눈이다~~~~"

"엥? 눈이 온다고? 벌써?"


아들이 떠난 허전함에 기분이 꿀꿀하니 또 장난을 치는 거지 했는데 이런 진짜 첫눈이다.




"꺅~~~~ 진짜네!"



"우왕~~~ 넘 이쁘닷!"



"아니 이렇게 첫눈이 빨리 왔나?"



여기저기 온통 하얗다.



적어도 12라는 숫자에 익숙했던 눈이다.

12월!




그런데...

11월에 그것도 10일에 첫눈?




이거슨 분명...



날씨가 나의 마음을 꿰뚫고 있음이니...

첫눈이 허전한 마음을 하얗게 토닥여준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어린아이가 달달한 막대사탕 하나에 '뚝'하고 눈물을 멈추듯!




나는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좋아한다.



"여봉~~~~ 나가즈아~~~~"



"나가자고? 어딜?"

"걍 나가! 암데나 ㅋㅋㅋ"



이럴 땐 또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된장 ㅠㅠㅠ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만 쓰면 뭐 문밖에 얼마든지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어디로 갈깝쇼 마님!"

"거기 한 바퀴 돌자궁!"



나갈 준비를 완료하고 마당에 나오니 찬란한 햇살에 첫눈이 춤을 춘다.



"캬~~~ 기가 막힌 당. 햇살이 너무 이뻐~~~"


(시행사: 휘페스타)



첫눈 온날 아침 숲을 지나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지난 폭염 때 임시주택이 너무 더워 자주 갔던 이쁜 카페 앞에서 홍 집사가 훅 들어온다.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할까?"

"테이크 아웃하긴 ...? 집에 가서 당신이 내려줭!"


자릿세려니 하고 갔던 카페지만 테이크아웃 가격으론 가격도 비싸고 무엇보다 홍 집사 커피맛이 훨씬 좋다.


"호또? 아이스?"

"호또 구다사이~~~"


한 바퀴 콧바람을 쐬고 집에 돌아와 홍 집사 표 커피 한잔.

오늘따라 더 따뜻하고 커피 향이 좋음은...


날씨다.




첫눈이 그치고 투명한 햇살이 고개를 내민다.



첫눈 이 지나간 세상이 온통 유리처럼 투명하다.




비가 오더니

구름이 한가득이더니

첫눈이 오더니

맑아지더라.


내 마음같이...


묵묵히 마음을 토닥여준 날씨...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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