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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24. 2021

마당 구석에 큰 별 작은 별

올망졸망 알알이 가득 찬 사랑


날이 어두워지면 마당에 잔디 등을 켠다.

마당이 밝아서도 좋지만 주변이 어두우니 켜 두면 늦게까지 택배일을 하시는 기사님들도 좋으실 듯하다.

주택이 코너에 있어 집 앞에서 간혹 차량을 돌려 나가려는 차량들도 있으니 그 또한 좋을 듯하다.


지나가는 누구에게도 '밝음'은 도움이 될 듯하다.


"어머나... 이 집은 일부러 등을 켜놓나 봐. 밝아서 너무 좋네."

마치 작은 마음이 전해진 듯 지나가는 아주머니께서 좋아라 하신다.



잔디 등이 없는 마당 구석 펜스 일부에는 알전구 등을 달았으면 좋겠다.

"전봇대 중심으로 양쪽 두 칸 정도는 알전구를 달면 이쁠 것 같아. 밝기도 하고!"



(알전구를 달기 전 마당 구석 팬스)


장가를 가지 않은 노총각 남동생이 전원으로 이사 온 누나와 매형을 보러 휴무 때면 집에 오는데 그것 참 희한하게 반갑다. 남동생은 누구를 닮은 것인지 그야말로 천사 유전자가 몰빵 된 정말 인성이 착한 캐릭터다.

그러니까 집에 와서 이틀을 있던 사흘을 있던 '1도 성가시지 않은 객'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누나인 내가 입만 열면 무엇이던 마치 자판기에서 나오듯 조용히 해결을 해주는 날개 없는 천사다.




지난 휴무에 '알전구'를 사 와서 달아주더라.


"캬~~~ 이거이 뭔 말을 못 하겠네. 내가 사면되는데 또 이케 사 오니 감동일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느새 휘리릭 전구를 달았는데 전구를 고정시키는 케이블선 길이가 아마 2프로 부족했던 모양인지 일단 대충 자리만 잡아 걸었단다.


"음... 파라솔 쪽으로 좀 더 이동했음 좋겠는뎅? 그럼 거의 양쪽으로 두 칸씩 잔디 등 없는 부분이 커버될 듯?"
"그래? 내일 옮기지 뭐!"


역시 1도 토를 달지 않고 수긍하는 캐릭터!

아웅 넘 멋 진거 아녀 동상ㅋㅋㅋ




남동상은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내가 원하는 위치에 알전구를 옮겨달았다.

케이블선이 짧아 검정테이프로 고정을 했으니 '담에 올 때 좀 더 긴 선을 사 와야겠다'는 동생의 혼잣말을 홍 집사가 들었단다.




"바로 긴 선으로 사다가 교체하자고. 그래야 또 (동생이) 신경 안 쓰지."


동생이 자리 잡아놓은 알전구를 매형이 긴 선으로 고정시켰다.


"우왕~~~넘 이쁘당!"


양쪽 잔디 등 사이에 올망졸망 그야말로 마치맞다.




늦은 밤 홍 집사가 다급하게 부른다.

"여보~~~ 나와봐."

"아니 왜 추운뎅 ㅠㅠㅠ"

"글쎄 나와보라니까..."

"뭐뭐뭔데!"

"알전구 좀 봐. 꼭 큰 별 작은 별 같쥐."

"오~~~ 아자씨...갬성충만 소년일세 ㅋㅋㅋ 그러게~ 그러네. 큰 별 작은 별 넘 이쁘닷!"


다음날 사진과 매형의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도 좋은가보다.



그냥 툭 내뱉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멀리서 오는 것만도 반갑고 좋은데 알전구에 알알이 사랑을 담아

올망졸망 큰 별 작은 별을 달아주고 가는 동생 마음이 완전 감동이다.


아무리 귀하고 고급진 휘황 찬란 샹들리에인들 사랑 가득 담긴 알전구의 사랑빛을 어찌 흉내 낼 수 있겠는가.





펜스 사이로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인다.

유난히 트리가 커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 넉넉해서 이겠지.


마당 한 구석에 큰 별 작은 별.

알알이 올망졸망 사랑이 피어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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