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고기를 할 때면 습관적으로 양념한 고기를 남겨둔다. 양념한 고기를 달달 볶아서 밥 위에 얹으면 근사한 불고기 덮밥이 되고 가래떡이던 떡볶이 떡이던 함께 볶아내면 단짠 단짠 궁중떡볶이를 맛볼 수도 있다.
"엄마, 궁중떡볶이 되시나욤."
"이런! 뭐 식당에서 메뉴 주문하듯 하네 그려?"
"아! 안됩니까요?"
"쳇! 안 되는 거 없거든요!"
휴가차 잠깐 머물고 간 아들이 좋아하는 집밥 메뉴 중 하나 궁중떡볶이다. 아들이 어릴 때 돌아가신 외할머니(나의 어머니)가 그 맛을 알게 하신 덕에 종종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딱 좋은 고급진 메뉴다. '불고기를 남겼다가 하면 쉽다'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엄마생각이 난다.
"불고기 할 땐 양념한 고기를 좀 남겨뒀다가 이렇게 저렇게 뭐든 만들면 근사하지. 궁중떡볶이를 얼마나 잘 먹는지"
"누가? ㅋㅋㅋ"
"댁에 아드님요~~~"
떡볶이를 하려고 일부러 불고기를 하긴 과하지만 간혹 불고기를 할 때 남은 고기를 활용하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다.
집집마다 불고기요리도 각각의 특징이 있을 터인데 돌아가신 엄마는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당면 사리를 넣고 가운데 계란 노른자로 화룡점정을 찍는 불고기 전골을 기가막히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