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Dec 29. 2021

한해를 토닥여주는 하얀 눈

카푸치노 당기는 아침이다

평상 시엔 보통 6시 전후면 일어난다.

오늘 아침은 7시가 다 되었는데 눈을 감은채 이불속에 폭 싸인 몸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벽예배를 드린 홍 집사(남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여보슈~ 일어나시게. 눈이 왔다네."

"엥? 눈이? 얼마나?"

눈 소식에 어느새 일어난 몸은 거실 창을 향한다.


하얀 눈의 속삭임이 들린다.


'내가 오래 머물면 또 눈치워야 하니 잠깐 다녀갈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 화팅!'


"어머낫! 눈이 정말 살짝 왔다 갔네 그려. 당신 눈 치우기 힘들까베."

"그러게 길엔 눈이 없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아침은 뭘 먹지?"

"오늘...난 아침 생각 없는데... 아니! 안 먹을래."


거침없이 단호하게 '아침 생각이 없다'는 말에 급당황한 홍 집사의 표정이 길 잃은 아이 같다.


"오늘은 아침을 먹기 싫은 게 아니라~~~ 커피를 먼저 먹고 싶은 날이네 그려."

홍 집사가 동조하지 않는다.

'커피만은 아닐세'란 간절한 메시지다.

"삶은 달걀 두 개 있는데 차가워서... 데워줄까?"

"그그그그래... 아아아아니..."


이건 먹기 싫단 말이다.

된장! 기어코 계란 프라이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다.

"계란 프라이 할..."

"그래!"


프라이 할까? 하기도 전에 '그래'?

강하게 먹고 싶단 말이다.


"계란 프라이에 커피 그것도 오늘은 카페라테 딱이다. 딱 라테 생각나는 날일세."


커피 담당은 백퍼 홍 집사의 일이다.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배웠으나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하면 나도 가끔은 해야 하니까 ㅋㅋㅋ.


라테가 당긴다며 우유를 주고는 계란 프라이를 하는데 홍 집사가 혼자 바쁘다.

뭘 하나... 봤더니만 커피머신에 대롱대롱 매달려 씨름을 한다.

폼새가 카푸치노를 시도하는 중인 듯하다.


카푸치노: 우유를 섞은 커피에 계핏가루를 뿌린 이탈리아식 커피


"우왕~~~ 설마 카푸치노?"


홍 집사와 나는 둘 다 블랙커피 마니아다.

그런데 갑자기 카페라테를 마시고 싶다 하니 홍 집사도 거부하지 않고 주문을 받은 것일 텐데 한술 더 떠서 카푸치노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완벽하진 않지만 처음 시도해본 카푸치노 치고는 꽤 괜찮다.




"와~ 좋으네. 굿굿"

"거품이 좀 부족한가."

"딱 좋아. 더 많음 뭐 거품 키스 그땅거 해야 하는 거 아냐ㅋㅋㅋ"

"누가. 니랑 나랑?ㅋㅋㅋ"

"우쒸!"



홍 집사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와 내가 좋아하는 그것은 완전 다르다.

어찌나 같은 것이 많은 만큼 다른 것이 많은지 30년을 넘게 살아온 게 희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내 카푸치노에 거품을 좀 더 담은 듯?



모양은 2프로 부족하지만 맛은 굿이다.



내일은 눈 소식이 있다며 내심 눈을 기대한 어제의 하늘이다.



곧 하얀 눈이 내릴 폼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한 해가 구름 따라 흘러간다.



산에 서리가 그림같이 앉아있던 어제 아침이다.




자연은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다.

다람쥐 채바퀴 돌듯 지루한 하루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네 하루는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다.



저 하늘처럼 말이다.



왔네 갔네 눈인사만 하고 눈이 다녀간 아침이다.



올 한 해도 수고했다며 하얀 눈이 속삭인다.

'토닥토닥'




"여보~ 카푸치노를 보니까 내가 오늘 아침 마시고 싶었던 게 카페라테가 아니고 카푸치노였네.

너무 안 마셨기에 이름이 생각이 안 났을 뿐...완전 땡큐!"


마음 한구석엔 분명히 카푸치노였는데 좀처럼 안 마셔봤기에 나도 모르게 카페라테라고 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에 또 감사함 가득이다.


오늘은 모처럼 카푸치노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의 선물에 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