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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Apr 13. 2018

175인을 비판한다-지켜본 6대 국회 단상단하

'책보다 더 재미있다' 금태섭의 <금씨책방> 15 - 175인을 비판한다

국회의원 전수조사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문득 생각나서 펼쳐본 책 <175인을 비판한다 - 지켜본 6대 국회 단상단하>.

존경하는 Kyu Ho Youm 교수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다.

저자가 개인으로 되어 있지 않고, '한국정경사(韓國政經社)'라는 회사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6대 국회의원 175명 전원에 대해서 그야말로 적나라한 평을 해놓았기 때문. (책 발간 시기는 1966년 6월. 지금은 20대 국회)

예를 들어 좋은 평을 받은 의원을 보면,


...... 강원도에 야당의 조직이 들어먹지 않을 때 강원도 정선군에 민주당 간판을 걸고, 그야말로 피눈물나는 반독재 운동을 하면서 야당의 간판을 만들었다. 그는 군당위원장으로서 자유당 정권의 가진(갖은) 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세확장에 주야노력 했을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도당부의 부위원장직을 맡아 반독재의 선봉에서 유유히 싸웠다. ...... 그는 굶주렸던 사자 모양 비위가 눈에 거슬리는 여당에게 포효하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


와 같은 내용이 있는 반면, 비판적인 내용을 보면,


...... 박 의원이 원내에서도 손꼽는 한량(실례)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국내에서는 전혀 그런 스캔들이 없다. 그러나 누구든지 외국에 나가보면 박 의원이 스쳐간 자국은 현저하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장엘 들렸다. 잠시 즐기고 떠난다는 것이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놓쳤을 뿐 아니라 들고 간 돈을 몽땅 털렸다. 만리타향에서 알거지가 된 것이다. 결국 '뉴욕'의 친구한데 전화로 송금을 부탁해서 겨우 난을 면했다던가 했지만, 글쎄 이런 식이다. ......


와 같은 적나라한 애용도 있고, 


...... (월남 파병에 찬성한 점을 비판하면서) 예비역군인인 그리고 새파랗게 젊은 조의원이 멋지게 의원직을 한번 버리고 증파장병에 끼어 총을 메고 월납으로 용약출병하신다면 그곳 장병의 사기는 충천할 것으로 안다. ......


라는 식의 비아냥도 많다.

국회의원의 활동은 당연히 공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자세하고 솔직한 평은 꼭 필요하다.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면서 20대 국회의원 300명에 대해서 이런 책이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함정은 누군가 이런 책을 쓴다면 반드시 명예훼손죄가 모욕죄 고소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 역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모욕죄 폐지법안을 낸 금 모의원의 의정활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농담이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진담이다.

1966년에 나온 책이라 시중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것 같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국회도서관에서 대출한 것이다. 6대 국회의원 175인에 깊이 빠진 덕후가 계신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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