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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Jul 09. 2018

굴드의 물고기 책

'책보다 더 재미있다' 금태섭의 <금씨책방> 18

<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유나영 옮김, 문학동네

앞부분이 약간 지루한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이 책 후반부는 소설에 기대할 수 있는 재미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비롯해서 우연히 발견한 고서(古書)를 모티프로 한 소설은 상당히 많지만, '책속의 책' 중에서는 굴드의 물고기 책이 압권.


오랜만에 흠뻑 빠져서 읽은 소설.




"나는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물고기를 그리고 싶었다. 렘브란트 판 레인이나 루벤스나 그 어떤 르네상스의 거장도 빌리 굴드에 필적하지 못하기를, 내 물고기가 가장 훌륭한 저택에 걸리기를, 가발을 쓴 교수들이 그 비늘과 아가미의 세부를 대대로 칭송하기를 바랐다.

나는 이러한 변형된 형상들로 런던의 큰 박물관을 채웠으리라. 내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곧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이한 대양을 헤엄치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에 대한 '위대한 슬픔'과 자신이 아닌 이에 대한 '위대한 사랑'을 느끼며, 이 모두가 뒤섞임과 동시에 명료해져서 이 경험을 누구에게도 단 한 마디도 설명할 수 없었으리라.

이윽고 나는 이런 것이 허영임을 깨달았다. 이제 내 그림이 벽에 걸린다는 생각은커녕, 그림이 의사선생이나 과학적으로 기술된 린네의 저작에서 지시하는 대로 물고기 묘사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해냈는지 조차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게 물고기에 대한, 나에 대한, 만물에 대한 이야기였을 따름이다."




"나는 난폭하게 책장을 마구 구겨서 다시 불에 던졌지만, 그다음 페이지에 민물가재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내 스타일을 완벽하게 모방하여 그린 것 같았다. 이 물고기 책이 바로 유형지의 역사인 동시에 그에 대한 예언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외면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나는, 이 책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뒤로 몇 장이 더 있음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며 이어지는 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거기에는 - '나는 이 책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뒤로 몇 장이 더 있음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며 이어지는 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거기에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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