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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Nov 05. 2018

국감 파행 덕분에..스콧 터로의 <Testimony>

금태섭의 <금씨책방> 23

국정감사 기간 중에 짬짬이 최애 작가 중 한명인 스콧 터로의 <Testimony>를 읽었다. 날이면 날마다 회의를 파행시켜서 독서시간을 확보해주신 모당 의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에 책을 읽었다.


오늘도 국감 일정 때문에 아침 일찍 부산에 가기 때문에 긴 서평을 쓸 시간은 없는데 스콧 터로 팬들에게는 강추.


변호사 출신 소설가로서의 강력한 장점과 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는 스콧 터로의 책에는 대체로 1) 실제 사건의 라쇼몽적인 측면 2) 풍부한 정보 - 특히 법 체계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고 정확한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드디어 미국 사법 체계를 벗어나서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진출한다 - 3) 법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약점과 법률가들이 따지는 미묘한 윤리 문제가 담겨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보스니아에서 일어난 혹은 일어났다고 의심받는 400명의 롬인(Romani people = "집시", 다만 집시라는 용어는 차별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져서 롬인들은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학살 사건을 조사하는 ICC 소속 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력한 범인 후보들은 그 동네를 무대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의 지도자, 지역 갱단 혹은 나토 소속 미군. 물론 미국은 자기네 군대가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극구 부인하고.


보스니아 현대사, 롬인들의 고난, 국제형사재판소 형사절차의 흥미진진한(물론 변호사들에게만 흥미진진한ㅋ - 알리바이 문제를 fact가 아닌 소송전제조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즉 피고인이 사건 당시 그 나라에 없었다는 알리바이 주장은 본안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preliminary hearing에서 다투어진다. 흠...) 특징 등등 풍부한 정보를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고, 터로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변호사들이라면 자기가 주인공인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ㅎㅎ


너무나 이해가 가는 약점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름 집단학살을 막아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검사로부터 "나는 당신을 용서해줄 수 없다. 첫째 ...한 이유로, 둘째 ...한 이유로, 세째 ...한 이유로" 뭐 이런 윤리적 설명을 듣는 부분을 보면 정말 ㅋ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이야기 자체에 재미가 있다. 국정감사 준비를 열심히 해서 회의장에 갔는데 본의 아니게 매일 파행이 되어서 우두커니 뭐 읽을 거리라도 없을까, 할 때 보시라고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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