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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Dec 13. 2018

모스크바의 신사

금태섭의 <금씨책방> 27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현대문학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백작은 미시카의 연구 과제가 표현한 특유의 거침없는 성격을 감지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대심문관'의 인용구 다음에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인용한 구절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백작은 잊어버리다시피 했던 장면이었다. 학교 동기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끝에 중병에 걸리고 마는, 일류세치카라는 어린 소년의 일화였다. 결국 소년이 죽고 말자 상심한 아버지는 성자 같은 알료사 카라마조프에게 아들이 마지막 부탁을 했노라고 털어놓는다.
 
아빠, 내 무덤에 흙을 덮을 때, 참새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빵 껍질을 부숴서 뿌려주세요. 그러면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될 테고, 혼자 누워 있는 게 아니니까 기쁠 거예요.
 
이 인용구를 읽자마자 백작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분명 너그럽지만 신경질적이기도 했던, 너무나 짧게 살다간, 그리고 이 처량한 아이처럼 세상의 모든 불공정함에도 세상을 원망하려 들지 않았던 친구를 위한 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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