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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Feb 25. 2019

파친코, 재미있고 답답하고 슬픈

금태섭의 <금씨책방> 30

- 파친코,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문학사상
 
영어로 책을 쓰는 교포작가들(예를 들어 '순교자'의 김은국, 'Native Speaker'의 이창래)의 책은 어딘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로 글을 쓰는데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 때로는 외국 작가들보다 더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20세기 초에 부산 영도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난 훈이(언청이에 한쪽 발이 뒤틀려있다)에서 출발해서 그 자손들의 인생을 그린 이민진의 파친코도 그렇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89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그 시대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중요하게 떠올리는 문제(예를 들면 친일과 항일, 좌우의 대립)와는 다른 문제들을 건드린다.


이 소설의 미덕은 디킨즈를 연상하게 하는 스토리텔링. 처해있는 상황과 시대를 고려해보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업보로 그 아이들이 절망하고 때로는 생명을 버리기까지 하는 사연을 매우 그럴 듯하게 그려내고 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일인지, 그러나 왜 우리는 계속 그런 일을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재미있고 답답하고 슬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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