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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Feb 25. 2019

미국 TV시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작가

금태섭의 <금씨책방> 33

- Dragon Teeth,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하퍼콜린스



2008년에 세상을 떠난 주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부지런하기로 유명했는데, 출판한 책 외에도 준비하던 원고가 많았는지 사후에만도 세권의 소설이 나왔다. 2017년에 출간된 Dragon Teeth는 '해적의 시대(Pirate Latitudes, 2009년)', 'Micro(2011년)'에 이어 나온 사후 세번째 책. 마이클 크라이튼의 아내가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무대는 1870년대 미국 서부. 카스터 대령이 이끄는 제7기병대가 수족 인디언에 의해 전멸당한 즈음이다. 코프와 마쉬라는 두명의 고생물학 교수(실존인물들이다)가 각각 발굴대를 이끌고 공룡의 화석을 찾으러 서부로 떠난다. 두 교수의 극단적인 경쟁과 그 사이에 낀 대학생 주인공(실존인물이 아니다)이 벌이는 모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크라이튼의 매력으로 깊고 폭넓은 리서치를 든다. 보기 드물게(아마도 유일하게) 소설에 참고서적 목록을 첨부하는 작가. 공룡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면서 복잡계 이론을 원용하는 정도니까 가히 문단의 대표적 설명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진행이 빠르고 재미가 있다. 관련된 이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소설에 녹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아내인 셰리 크라이튼은 이렇게 말한다.


"Because his work was so densely researched, you couldn't help but believe that, yes, perhaps dinosaurs could be brought back to life through DNA found in a well-preserved mosquito or that nanobots could operate intelligently and independently and wreak havoc on their human creators and the environment."


개인적으로는 검사 시절 그의 소설 '에어프레임(Airframe)'을 읽다가 항공권을 이용한 사기 수법에 관한 지식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공포의 제국(State of Fear)'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의 양측 주장을 각각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기도 했고,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에서는 우리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꼭 집어서 표현하지는 못하는 일본 사람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내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클 크라이튼의 최대 미덕은 '정치적 올바름(PC)'과 관련된 영역에서 그가 보여주는 철처함과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좋은 교수가 이끄는 수업에서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벌이는 느낌이 든다. 진짜 모든 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태도에서 작가 특유의 여유있는 유머감각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용어지만, 어딘지 신사도를 느끼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문재(文才)가 특출나거나 진지한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분이고, 특히 사후에 출간된 책들은 아무래도 마무리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는 않아서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마이클 크라이튼 특유의 그런 매력은 그가 쓴 어느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TV시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작가. 그가 쓴 책은 전부 읽은 것 같다. 이번에 휴가를 가서 공항 서점에서 마지막 소설을 사서 읽고 보니, 마이클 크라이튼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다시금 안타깝다. 미인박명.


* 첨부한 사진의 또 다른 책('엿보는 자들의 밤' 빅터 라발 지음, 배지은 옮김, 현대문학)은 휴가가서 읽은 또 한권의 책. 시작은 훙미진진하지만 갈수록 산만하고 별로 재미가 없다. 어쨌든 올해 들어 다섯권째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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