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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Feb 25. 2019

'꼭 필요한 고민에 집중하는 법', 고민이 고민입니다

금태섭의 <금씨책방> 34

- 광고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인플루엔셜

천성이 겸손하고 허영심 따위는 없다고 자부하는데, 딱 하나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허황된 꿈이 있었으니 책의 저자가 되는 것이었다. 사나이라면 책 한권쯤은!


딱히 무슨 내용의 책을 쓰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냥 책을 출판해보고 싶은 것이었으니 그야말로 공상에 가까운 희망사항이었는데, 어쨌든 나로서는 꽤 심각했기 때문에 온갖 연줄을 동원해서 출판사 근무하시는 분을 만나기도 해봤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를 만났던 ㄱ출판사의 직원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무턱대고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검사놈을 만났으니... 그분은 "먼저 뭘 쓰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라는 매우 친절하고도 당연한 충고를 남기고 총총히 사라지셨다.


대한민국 검사가 그 정도로 꿈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주위를 둘러봤다.


중학교 때부터 아주 친하고 어려서는 부모님들의 눈을 피해서 몰려다니며 같이 고스톱을 치던 친구 한놈이 벌써 책을 몇권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니, 이놈이!


질투심이 불타올랐고 친구한테 부탁을 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나이라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체면을 버려야 할 때가 있느니, 나는 친구를 찾아가서 비굴한 표정을 짓고는 어떻게 하면 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착한 친구는 나의 손을 잡고 자기가 출판 계약을 한 궁리출판사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학식이 높고 인품이 고매하신 궁리출판사 사장님은 한눈에 대형 신인 작가의 출현을 알아보고 나에게 출판 계약을 제안하시지는 않았지만, 비굴하게 헤헤거리며 책을 쓰고 싶은데 경험이 전혀 없으니 번역서를 내보고 싶다는 나의 청을 과감히 들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 선생님'인 내 친구의 얼굴을 봐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번역서지만 난생 처음 출판 계약을 한 나는(계약금으로 50만원을 받았다. 이갑수 사장님 감사합니다^^) 뛸 듯이 집으로 돌아와서 나중에 "세상을 바꾼 법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될 책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 책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은데 다 생략하고, 어쨌든 나는 그로부터 1년쯤 후에 번역자로 내 이름이 박힌 책을 갖게 되었고, 다시 2년 후에는 친절하신 궁리 출판사 사장님의 권유에 따라 "디케의 눈"이라는 제목으로 첫 책을 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감개무량하네 ㅋ


쓰다보니 겸손하지 못하게도 내 얘기가 되어버렸는데, 만약 내가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다면 이 친구 덕분이요, 얘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척박한 한국 문단에 세운 공이 가히 귀신을 놀라게 하고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 있지만, 아니 또 이 얘기가 아니고, 그 친구는 그 후로도 꾸준히 성실하게 좋은 책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건데.


그 친구가 이번에 다시 "고민이 고민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정신과 의사로서 경험한 다채로운 경험을 토대로 쓴 '꼭 필요한 고민에 집중하는 법'.


이런 광고글을 올린다고 해서 그때의 고마움을 다 갚을 수는 없고, 또 이번에 책을 내면서 나에게 추천사를 의뢰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일말의 괘씸함을 금할 길이 없지만(정재승 박사, 임경선 작가, 송형석 선생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훌륭한 친구의 책을 여러 사람이 읽어봤으면 하는 좋은 마음으로 권해드리니 강호제현께서는 지금 즉시 예쓰24나 알라딘에 가셔서 한권씩 주문해주시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헤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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