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금씨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태섭 Feb 25. 2019

최고 '스파이 소설'의 외전..먹먹한 사연 여전

금태섭의 <금씨책방> 35 - A Legacy of Spies

- A Legacy of Spies, 존 르카레 지음, 펭귄

영국 첩보기관 MI5와 MI6에서 일하던 존 르카레가 1963년 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는 여러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스파이 소설로 꼽는 작품이다.


비틀리고 겹겹이 쌓인 스토리를 여기서 자세히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얘기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객관적인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라쇼몽 식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진실(!)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의 끝 부분 베를린 장벽 위에서 벌어지는 결말은, 그야말로 신파가 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 소설 뿐 아니라 (내가 읽은) 모든 소설 중에 가장 먹먹한 장면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 나이로 여든이 된 이 거장은(1931년생) 50년이 훌쩍 지난 후에 "추운 나라"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A Legacy of Spies"를 내놓았다(2017년 출간).


"추운 나라"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아이들이 영국 첩보부와 그 당시 근무했던 간부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원래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숨겨진 고민, 영국 첩보부 내부의 암투, 그리고 후일담이 역시 정교하게 짜여진 채로 드러난다.


작가가 연세가 많이 드셔서 그랬는지 활자 크기도 크고 앞부분은 술술 넘어가는 것도 싶지만, 치밀한 구성은 전편(?)과 비교해도 조금의 손색이 없다. 먹먹한 사연도 마찬가지. 그리고 또다시 드러난 '진실'의 모습은, "추운 나라"에서 밝혀진 '진실'과 모순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감추고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냉전 시대에 "항상 모든 것의 양면을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의 고민도 그대로. ("Always George's problem, seeing both sides of everything. Wore him out.") 아마도 내게는 올해의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별 다섯개.


르카레의 책에 계속 등장하는 전설적인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의 진상을 따져묻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부하인 피터 길럼에게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준 후 주고받는 문답이 여운을 남긴다.


"Do you now have all the information you require?"
"No."
"I envy you."



매거진의 이전글 '꼭 필요한 고민에 집중하는 법', 고민이 고민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