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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Jun 13. 2019

'언어 능력'은 따로 없다고 하지만..

금태섭의 <금씨책방> 40 - 언어 공부


- "언어 공부"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바다출판사


어디선가 들었던 농담이 있는데, 외국어 15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언어를 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아, 별거 아닙니다. 11개쯤까지는 좀 어려운데 11개를 넘어서고 나면 쉬워요."


힘 빠지는 농담이지만, "언어 공부"라는 책을 쓴 롬브 커토가 그런 사람이다. 헝가리 출신이고 통역사로 일을 했는데 16개 언어를 구사했다. (2003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신견식 님도 15개 이상의 언어를 하시는 분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이렇다고 한다.


"세상 돈을 다 받는다고 해도 '비법'을 전수해줄 책은 쓸 수 없다. 나는 내가 25년이 넘도록 어떻게 해서 10개 언어로 말을 하고 기술 문서를 번역하며, 6개 더 많은 언어로 소설책을 즐기고, 11개 더 많은 언어로 언론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는지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짐작이 가겠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런 언어 천재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만 뛰어난 분들의 능력에 감탄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저자는 '언어 능력'이라는 것은 없고 투자한 시간과 관심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고 하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좋은 방법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언어 능력이라는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커지게 된다^^;;)

워낙 많은 외국어 용례들이 나와서 페이지가 확확 넘어가지는 않는데 커토가 통역사로서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 그리고 '언어 능력'이 월등하신 분들의 다양한 일화가 등장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생기는 판타지가 깨지는 것을 감수한다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저자가 말하는 사례 중에 이런 게 있다. 헝가리의 정치인 코슈트 러요시는 오스트리아의 감옥에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가 가진 교재는 셰익스피어 희곡 16줄이 전부였는데 그의 학습법은 이렇다. "나는 그 글에서 영어 문법을 말 그대로 추측해야 했다. 그걸 해내고 그 16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니 영어를 충분히 알게 되어서 어휘만 늘리면 됐다."

'언어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한 완벽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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