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 상황을 바꾸던지, 나를 바꾸던지
회사에 다니다 보면 상사 욕하느라 바쁜 사람 꼭 있다. 상사가 그렇게 싫으면 욕할 시간에 이직 준비를 해라. 당신이 욕하는 상사도 어쨌든 상사인 이유는 당신보다 뭐라도 잘났기 때문에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회사 욕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다니는 회사의 수준이 곧 당신 수준이다. 회사 욕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다. 자기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돼서 그 정도 회사밖에 못 다닌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거랑 뭐가 다른가.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그렇게 툴툴거릴 시간에 몸값 올려서 더 좋은 회사를 가든지. 안 그럴 거면 조용히 입 닫고 다니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다. 상황을 바꾸던지, 나를 바꾸던지.
- "돈 공부를 시작하고 인생의 불안이 사라졌다" 중에서
"야 들어봐. 내 남자친구가 얼마나 어이가 없냐면 내가 간호사인데 상처 소독하는 방법 아무리 알려줘도 나를 아예 못 믿는다니까? 화상 입은 거 직접 소독도 해주고, 설명도 여러 번 해줬어. 그런데 뭐 하고 있는지 알아? 방에 들어가서 유튜브로 화상 소독 영상만 3시간 동안 보고 있더라.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진짜 짜증나 죽겠어."
"이제 1년 정도 만났어. 그런데 지금까지 일한다고 바빠서 나랑 만나는 시간이 거의 없어.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아. 이럴 거면 도대체 나랑 왜 사귄다고 말한 거지? 진짜 남자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죽어버릴 것 같아."
친구들하고 오래간만에 만나면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무래도 결혼에 관심이 많은 나이가 됐다. 연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다. 특히 "저 남자는 왜 저러는 거야?"라며 내 입장을 물어본다. 친구는 사실 남자인 내 입장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힘들었던 내 이야기에 공감 좀 해줘'라는 생각으로 말하는 거다.
나는 처음에 "그래. 네 남자친구가 그렇게 행동해서 많이 힘들었겠다."라며 공감을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그 이후에도 부정적인 말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 남자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럴 거면 나를 왜 만난 건지. 결국 "정말 헤어지고 싶을 정도로 나쁜 놈이야."라는 말까지. 그러면 이제 내가 한 번 물어본다.
"그럼 헤어지자고 말해봤어? 지금도 그런 행동을 계속해?"
그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아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한두 번 말했더니 요즘은 고치려고 하더라고"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물론 그때의 힘들었던 친구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친구니까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함께 욕도 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보통 이런 부정적인 연애 이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 '헤어짐'이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지금 네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대는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정말 싫거나, 힘들었다면 이미 친구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닐 거다. 같이 욕해봤자 달리지는 건 없다. 격해진 이야기에 "그럼 헤어질 거야?"라는 물음이 나오면 언제나 "아니. 뭐 지금은 다 풀고 다시 좋아졌어"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이 화장실에 가고 둘이 남은 상황에서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너도 억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나니까 이야기했겠지. 부모님에게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직장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친한 친구들이니까 여기서 말했겠지. 오래간만에 만나서 서로 힘들었던 거 이야기하면서 푸는 시간 가지는 것도 좋아. 하지만 헤어질 것도 아니고, 네가 계속 만나고 있는 남자잖아. 이런 이야기 계속해봤자 뭐 해. 게다가 지금은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며. 결국 이런 말은 누워서 침 뱉는 거나 다를 게 없어. 혹시나 나중에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될 수도 있잖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계속 만날 거라면 최소한 나쁜 선입견은 갖지 않도록 해줘. 결혼식장에서 너 남자친구 보자마자 안 좋은 표정 짓고 싶지는 않아."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그다음부터 남자친구에 대해 욕하지 않았다. 덕분에 친구들이랑 서로 재밌고, 즐거운 이야기를 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까 그 친구가 나를 잡고 이야기했다.
"야 태섭아. 가만히 계속 생각해 보니까 네 이야기가 맞다. 그 자리에서 말해봤자 어차피 내가 계속 만날 사람이니까. 말해줘서 고맙다. 역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다르네. "
"사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건 책 때문이 아니야. 나도 다른 연애들을 하면서 많이 겪었기 때문이야."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더 잘나서, 내가 더 오랜 연애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나도 이전 연애들에서 얻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예전에 나는 친구들한테 내 여자친구의 나쁜 점이나, 싫은 점들을 이야기했었다. 그럼 잠깐 동안은 속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방 탓을 하면서도 계속 만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날 보면서 친구들은 "싫다면서 왜 만나냐?"라며 욕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 욕하지 않는다. 어차피 누워서 침 뱉는 행동이니까.
사실 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한다면 나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사욕, 직장욕, 친구욕, 심지어 가족욕까지. 힘들면 마음에 공감이 필요하고, 답답함을 풀고 싶기 때문이다. 욕을 하면 잠깐은 시원하고,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욕한 상대가 내가 계속 일할 곳이고, 계속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돌아오는 건 나 또한 욕먹는 것밖에 없다. 내가 욕 할 정도로 정말 싫다면 그 직장을 떠나거나, 그 사람을 떠나야 한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그게 아니라면 욕하지 말자. 누워서 침 뱉는 행동일 뿐이니까.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둘 중 하나다. 상황을 바꾸던지 아니면 나를 바꾸던지. 남탓만 계속하고 있으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늘어난다. 욕 하는 게 습관이 된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자꾸 떠넘긴다. 결국 나는 직접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최악의 상황은 헤어지자는 말을 상대방에게 들을 때까지 계속 욕하며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까지 한다.
결론은 남을 욕하고,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상황을 진심으로 바꾸고 싶다면 내 책임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 순간 해결 방법이 보인다. 내가 바뀌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그럼 이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지만, 솔직히 나도 화가 나면 지키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로 써본다. 화가 나고, 힘들 때 남을 탓하고, 욕하기보다 먼저 내 탓을 하자. 남을 욕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언제나 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상황을 바꿀게 아니라면 적어도 누워서 침 뱉지는 말자. 얼굴만 더러워질 뿐이니까.
- "돈 공부를 시작하고 인생의 불안이 사라졌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