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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Nov 01. 2024

너무나도 괴로운 층간 소음

소음을 내는 사람은 본인이 겪어보기 전에 절대 모른다

 지난해 말, 층간 소음으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야속하게도 윗집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신경이 쏠렸다. 층간 소음 유경험자들은 이를 '귀가 트인다'라고 표현했다. 귀가 트이다 못해 이젠 윗집에서 쿵 소리만 나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며칠 낮밤을 층간 소음 유경험자들의 글을 읽으며 함께 분노했고, 층간 소음이란 무엇이며 층 간 소음이 아래층 사람에게 미치는 다종다양한 영향엔 무엇이 있는지를 정성스레 분석한 글을 읽으며 무한 공감했다. 층간 소음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사람이 있다는 글을 읽다가 나는 미니 스피커를 구입했다. 윗집 아이가 뛰기 시작하면 빠른 리듬의 노래를 크게 틀어 내 쪽에서도 소리와 진동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 "단순 생활자" 중에서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살았던 월셋집은 너무 시끄러웠다. 바로 앞집에 할머니 한 분이 사는데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지 현관문을 열고 지내셨다. 열린 문밖으로 텔레비전 소리가 항상 들려왔다. 나는 삼 교대 근무라 아침에도 자야 할 때가 있는데 그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꿈에서 할머니랑 뉴스를 같이 보고 있을 정도였다) 양해를 구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집은 무조건 조용한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다.



"제가 삼 교대 근무를 해서요. 밤에 근무하면 다음 날 낮에 자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혹시 층간 소음은 없을까요?"

"그럼요. 제가 살던 2년 동안은 엄청 조용했어요. 그 문제라면 괜찮으실 거예요."


 마침내 소음이 없다는 집을 찾았다. 전에 살던 사람은 소음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드디어 꿀잠을 잘 수 있겠구나. 너무 만족스러웠다. 계약하고 몇 달 후에 이사를 했다. 짐을 들이고 있는데 애들 3명이 다다닥 계단 위로 올라갔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날밤 '쾅쾅' 뛰는 윗집 때문에 천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래, 저렇게 매일 뛰어다니지는 않겠지. 1주일 정도 참고 기다렸다. 뛰어다니는 건 아주 약한 수준이었다. 줄넘기도 하고,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심지어 스카이 콩콩도 탔다. 아침 출근을 할 때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윗집 아이들은 체력도 좋아서 새벽 1시까지 항상 놀다가 잤다. 그전에 살던 사람에게 완전히 속았다. 하루라도 빨리 이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에게 거짓말한 거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신경이 더 예민해졌다. 점점 층간 소음이 귓속으로 날카롭게 박혔다. '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층간 소음 해결 방법"을 열심히 찾아봤다.


1. 경찰에 신고해라

 이건 해본 사람들이 말하기에 소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경찰에 접수조차 안 된다고 했다. 막상 오더라도 갑자기 윗집이 조용해지거나, 경찰도 잠깐 이야기 정도만 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이 정도로는 안 돼.


2. 층간 소음 복수하기

 쇼핑몰에서 우퍼 스피커를 사서 천장에 대고 틀라고 했다. 그러면 윗집에도 층간 소음과 똑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남의 고통을 이해하려면 본인도 똑같이 겪어 봐야 하는 법. 와 이거다 하고 가격을 봤는데 8만 원. 층간 소음도 서러운데 이 정도 돈까지 쓰기는 싫었다.


3. 현관문에 메시지 붙이기

출처 | 층간 소음에 시달리던 사람

 이웃 간에 싸우자는 게 아니다. 층간 소음으로 미칠 것 같은 나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살짝 광기 있는 그림과 함께 메시지를 붙이면 내 마음이 더 쉽게 전해지지 않을까? 침대에 누워서 잠 못 자는 내 모습을 그리다가 그만뒀다. 나는 억울한 층간 소음 피해자이지만, 저런 그림은 오히려 윗집에게 역신고 당할 것 같았다.


4. 선물을 주면서 원만하게 해결하기

 마지막으로 "좋은 게 좋은 거지" 방법을 찾았다. 귤 한 상자를 사서 선물하기로 했다. '오히려 선물까지 받으면 윗집이 미안해하지 않을까?'라는 고도의 생각이었다. 윗집 사람은 이제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면 양심에 찔릴 거다. 귤 먹을 때마다 아랫집을 한 번 더 생각할 거다. 이제부터는 애들을 조용히 시킬 거다. 역시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군.


 귤 한 상자를 들고 윗집에 올라가서 벨을 눌렀다. 현관문 안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누구세요?"라는 말에 아랫집에서 왔다고 말했다. 현관문이 걸쇠가 채워진 채로 살짝 열렸다. 안에서 아저씨 얼굴이 보였다. 내가 문 사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 이사 왔는데 인사차 올라왔어요. 귤이 제철이라 맛있길래 같이 사 왔습니다." 


 그러자 현관 걸쇠가 풀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아저씨가 귤 상자를 받으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문을 바로 닫으려 했다. 나는 닫히려는 문틈에 발을 잽싸게 넣고 말했다.


"아 근데 제가 며칠 지내보니까 아이들 뛰는 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더라고요. 제가 삼 교대 근무를 해서 잠에 예민하거든요. 애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겠지만, 밤늦게 뛰는 거라도 주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저씨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네"라는 한 마디와 함께 문을 세게 닫았다. 나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이 아저씨가 내 말을 들은 게 맞나?' 그때 안에서 크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귤 왔다. 귤 먹자~"


 나는 순간 화가 솟구쳤다. ‘아니 얘들아 귤 왔다?’ 무슨 귤을 나한테 배달시킨 건가. 뭐 이런 어이없는 아저씨가 다 있지? 그날 이후 층간 소음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아저씨 행동을 보니 경찰에 신고하거나, 복수한다고 해도 달라질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 내가 똥을 밟았구나. 아휴 그냥 마음을 놓자.' 신기하게도 1달이 지나자 내 귀가 완벽하게 층간 소음에 적응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2년을 더 살았다. 한 번씩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윗집이 시끄러운데 어떻게 버티냐고 물어봤다. "아하 별거 없어. 너도 적응하면 괜찮아져"



 작년에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집을 보러 온 사람 중 한 명이 나에게 물어봤다. "혹시 층간 소음은 없을까요?" 나는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당한 것처럼 거짓말은 안 했다. "윗집에 아이들이 살아서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응되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함께 사는 공동 주택에서 소음이 아예 없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방음 처리를 잘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꼭 들리게 되어있다. 그럼 층간 소음의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위에서 언급한 1~4번 중에 있기는 할까? 저 중에는 확실히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꼭대기 층에서 살거나,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소음을 내는 사람은 본인이 겪어보기 전에 절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윗집에다가 시끄럽다고 이야기해도 층간 소음은 계속된다.


 다행히도 세 번째로 이사 온 집은 아주 조용하다. 윗집에 노부부가 사시는데 걸음도 아주 조용히 걸으신다. 무심결에 낼 수 있는 '쿵' 하는 소리도 안 들린다. (집에 계시는 게 맞을까?)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사떡을 사서 올라갔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행운이 따랐는지 이번에는 좋은 분들을 만났다. 내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윗집 분들에게 오늘도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아랫집을 위해 항상 배려하면서 살아야겠다.



"단순 생활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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