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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Sep 15. 2024

나는 로또 '242억'에 당첨되었다

고전 '노인과 바다'를 통해 본 242억

  상어는 바다에 사는 고기라면 어떤 고기든지 모조리 잡아먹을 것 같이 생겼고, 속력이나 힘이나 무기 면에서 다른 고기들은 도저히 이놈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지금 그런 놈이 좀 더 신선한 피 냄새를 맡고 푸른 지느러미로 속력을 내며 홱 물을 가르고 있었다. "놈들이 고기 사분의 일은 뜯어 간 것 같군.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를 말이야."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고기야,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나. 그래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던 거야." 그는 말을 멈추었고 이제 더 이상 고기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노인과 바다" 중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고전문학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힌다. 난 그걸 이제야 봤다. 대략적인 내용은 간단했다. 한 노인이 배를 타고 혼자 바다로 나간다. 배보다 더 큰 물고기가 낚시 바늘에 걸렸다. 그 물고기는 힘이 쎄서 쉽게 잡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힘 싸움을 한 결과 노인은 마침내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잡긴 했지만 너무 커서 배 안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배 바로 옆에 동여매어 바다에 띄운 채로 끌고 가야 했다. 힘센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배는 이미 뭍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졌다. 그래도 노인은 큰 물고기를 잡아 기분 좋게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순간 바다에 둥둥 떠있는 물고기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피 냄새를 맡고 상어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상어들을 처리하면서 노인은 남아있던 힘까지 모두 썼다. 상어들을 겨우 처리 하긴 했지만, 그 컸던 물고기는 이미 상어들에게 물어뜯겨 뭍에 도착했을 때는 남은 게 없었다. 결국 노인은 큰 물고기의 뼈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쑤시개라도 가능하것나 이거!


 내용만 보면 노인이 욕심을 너무 크게 부려서 고생만 했다. 괜히 감당하지도 못할 큰 물고기를 잡아서 상어들에게 다 뺏기고, 고기 뼈만 들고 집에 왔다. 상어만 레츠고 파뤼 한 거다. 쯧쯧 멍청한 노인.

내가 그린 노인그림

 하지만 나도 백발노인이 되면 멍청 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뇌의 하드웨어 시스템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속 아야기를 현재의 내 상황에 빗대어 보기로 했다. 

멍청한 노인 = 나 

큰 물고기 = 큰돈 

노인의 배 = 내 돈 그릇

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이야기를 꾸며봤다.



 직장생활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 당첨금은 242억 원. 나는 당첨금을 농협 계좌로 수령한 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일단 두었다. 평생 통장에 그냥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돈은 가만히 두면 썩는다는 말을 듣고 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첨금을 서울 서초에 있는 아파트 2채 구매하는데 120억 원을 써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그 아파트 60억에 팔렸대" 반포 뒤집은 소문 사실이었다.)  120억을 썼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122억 원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담보로 병원 설립에 투자해서 사업가로서의 꿈을 꿈꿨다. 지금까지 사지 못했던 자동차, 시계, 가방, 귀금속 등 여러 가지 물건들도 샀다.


 얼마 후 나한테 나는 돈 냄새를 맡고 사람들이 다가왔다. 주변에 있는 가족, 친구 심지어 사기꾼까지 달라붙었다. 나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돈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동안 열심히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아파트를 담보로 했던 병원이 서류상의 문제로 망해버렸다. 아파트 2채가 경매로 넘어가고, 코인 투자도 -99%를 찍었다. (그 유명한 테라 코인에 투자했다.) 주식에 있던 20억 정도의 자산만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억마저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모두 사라졌다. 나는 결국 로또 당첨되기 전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있던 일, 역대 2등 로또 당첨금 242억 원. 5년 만에 탕진)



 나는 노인처럼 큰 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이 돈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갑작스럽게 큰돈이 들어와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던 거야." 나는 말을 멈추었고 더 이상 돈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바라볼 돈도 이제는 없었다.

그래서 한강 다리 위에 올라가서 물이 흘러가는 것만 바라봤다. 그리고 이제는 단 하나의 생각만 들었다.

“난 이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살면서 돈은 정말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돈이 없으면 시간적 자유도, 물질도, 건강도 챙기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누구나 큰돈을 원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돈 그릇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타고나는 그릇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키워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키우는 거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1억 정도의 돈 그릇이었다면, 지금은 부동산 공부를 하고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10억대까지는 그릇을 키웠다. 나한테 갑자기 242억이라는 돈이 생긴다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다. 내 돈 그릇에 아직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뷔페에 가더라도 그릇이 작다면 모든 걸 담기 힘들다. 열심히 탑을 쌓아 가져와도 그릇은 하나였기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담아 온 걸 다 빼앗아 먹을 수도 있다. 돈도 마찬가지다. 담는 것도 중요하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고전을 읽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금 내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 보며 지혜를 배운다. 그들의 말에는 시대를 뛰어넘은 공감과 위로가 있다. 노인이 큰 물고기를 잡았던 것처럼 우리들도 큰돈을 잡을 기회가 올 수 있다. 물론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기회를 포착하고 잡을 수 있다. 다가올 그때를 위해 돈 그릇을 크게 키우고, 돈 지키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242억이 갑자기 생기더라도 온전하게 행복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다.  


돈은 인격체다. 나쁘게 얻은 돈은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좋은 일로 돈을 쓰게 되면 당연히 좋은 돈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로또처럼 갑자기 나에게 들어온 돈보다 내가 정말 애쓰고 고생하고 노력해서 얻은 돈이 더 나에게 값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돈을 다루는 네 가지 능력은 돈을 버는 기술,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쓰는 능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돈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자산이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 돈의 속성, 김승호 회장



- 고전 ‘노인과 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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