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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elraum Feb 23. 2022

인생 2막 팔자 고치려면, '8자' 명심하세요

 조금 구불구불하게 동화처럼 살자.

‘팔자(八字)’는 사람의 한평생 운수로, 출생한 연·월·일·시에 따라 팔자가 좋고 나쁨이 좌우된다. 태어남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팔자’는 정해진 것이고 운명으로 받아들여 지곤 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지금껏 ‘팔자’대로 살았다면 앞으로 ‘팔자’  50대가 되어 보자. 어렵지 않다.


하나, 입자. 옷 잘 입는 것도 경쟁력이다. 매력적인 50대가 되자. 돈 주고 컨설팅을 받을 필요까진 없다. 유튜브에 멋진 중년들이 옷 잘 입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누구나 ‘dress up’ 중년이 될 수 있다. 시니어 모델은 어떤가? 개성 있는 옷차림도 중요하지만 ‘꾸안꾸[1]’ 같은 자유로움은 더 좋다. ‘두 번째 청춘’을 위해 내속에 잠든 나를 깨워보자.


둘, 배우자. 필자 아내는 20여 년 동안 주부로 살았다. 가족 뒷바라지하다 보니, 내 안에 내가 없었던 것을 뒤늦게 안 모양이다. 최근에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지인들과 함께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정부지원도 받았다. 요즈음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강의 요청이 많다. 요즈음 아내는 신났다.


셋, 만들자. 50대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자연인’이다. 왜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자를 대하는 방식은 ‘사회적 지위’와 ‘돈’이라는 경제적 기준이다. 존중과 인정, 성공이라는 가두리에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 ‘자연’이라는 동굴로 숨어버리고 싶은 것은 아닐까?  ‘스필 라움[2]’ 을 만들자.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놀이공간.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간이면 된다.


넷, 걷자. 생수 900원, 커피 4,100원, 점심 8,000원. 내 몸 지켜주는 건강비용이다. 주말에는 걷자. 생수 병들고 발길 닫는 대로 걸어보자. 걷다 힘들면 쉬어 걷자.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믿거나 말거나. 지구에 두발을 딛고 살아가는 피조물이 이토록 걷지 않았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반백 년 살았으니 이곳저곳 삐걱 된다. 기름치고 고쳐 쓰자. 남은 반백 년 틈나는 대로 걷자. 밑져야 본전이다.  


다섯, 말자. 속지 말고, 간처럼 살지 말자. “50대 후반 기혼자, 자신의 판단과 금융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 성격의 소유자, 최근에 건강 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금융 사기당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미국 투자자 보호재단에서 정의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아는 사람인데 잘해주겠지, 전문가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려라.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특히 “은퇴하면 어떻게 되겠지”, “설마 내가 큰 병 걸리지 않겠지” 이렇게 간처럼 무디게 살아가는 50대들이 적지 않다.


여섯, (잘) 쓰자. ‘쓰죽회[3]’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생선회’ 이름 같지만 전혀 아니다. 남은 인생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죽’ 자는 의미의 모임이다. 어쩌면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법도 하지만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당당하게 ‘두 번째 청춘’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돈 버는데 익숙한 우리는 돈 쓰는 방법을 잘 모른다. 재산을 모으고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서 좀 벗어나자. 모은 재산을 가족과 내 삶의 질과 부피를 확장하는데 쓰자. 자녀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도움은 주자. 다 쓰고 죽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 가장 잘 사는 방법이다.


일곱, 타자. ‘연금 타자’. 우스개 소리로, 요즈음 복지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여) 자가 부동산 부자가 아니라 연금 타는 남(여) 자다. 연금이 좋은 이유는 정해진 날짜에 연금이 빠짐없이 죽을 때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나는 연금하나 없는데 어떡하나?” 고민이라면 국가가 주는 연금은 물론 매달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도 연금이다. 정해진 날, 빠지지 않고 들어오면 된 것이다. ‘가족연금’, ‘용돈연금’이라 불러도 좋다. 기왕이면 많으면 좋겠지만 자식들 형편이야 부모가 더 잘 아는 것 아닌가. “얘들아! ‘연금’ 보내려거든 빠지지 말고 보내다오, 나도 연금 타는 남(여) 자 되고 싶다”


여덟, 하자. 100세 시대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하자’. 지금껏 밥벌이 위해 필사적으로 살았다. 제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조져 되지 말자. 이미 곤죽이 되도록 일했다. 이제 ‘되면하자’. 조금 구불구불하게 동화처럼 살아도 된다.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끝.



[1] ‘꾸민 듯 안 꾸민 듯’을 줄여 부르는 신조어로 자연스러운 모습


[2]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놀이 공간을 뜻하는 말로, 독일어 ‘놀이’(슈필·spiel)’와 ‘공간’(라움·raum)을 합쳐 만든 말이다.


[3]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지 않고 다 쓰고 죽자는 결의로 뭉친 모임으로 해외여행, 자원봉사, 공부 등 회원들과 함께 은퇴 후 삶 즐기는 커뮤니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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