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대통령의 염장이,유재철

by spielraum

30대에 첫 염장이로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무연고자부터 재벌 총수 그리고 대통령까지 시신을 염습했던 저자가 경험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염장이, 장례지도사에 대한 사명감과 전문 직업정신이 솔직한 문장으로 녹아져 있다. 그래서 저자를 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변화고 있지만 30년 전에 이 직업을 선택하고 그동안의 편견과 싸우고 장례문화를 가족이 아닌 고인 중심으로 바꾸고 애쓴 저자의 노력과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공감이 갔다.


장례도 기획이 필요하다. 장례식의 의미를 살리겠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시를 낭송해도 좋다. 생전에 찍은 고인의 영상을 조문객에게 보여주는 시간을 갖거나 추도사를 읽는 방법도 있다.


10년 전에 엔딩노트라는 일본 독립영화를 본 적 있다.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 퇴직 후 건강검진에서 위암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데 인상 깊은 것은 장례식을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장면이었다. 부고를 알릴사람을 미리 작성하고, 장례식은 조문객을 배려해서 천주교 방식으로 그리고 남은 재산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등 꼼꼼하게 미리 계획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장례식을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획일화된 장례식보다는 내게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생전 이별식을 여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미안한 사람 모두를 초대해 인간관계를 정리해나가는 것으로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정신으로 쓰는 유서 말고 살 날이 많을 때 자신의 죽음을 들여다보는 엔딩노트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건강한데 굳이 죽음을 앞당겨 생각할 필요가 있냐고 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이 우리 인생이기에 엔딩노트가 마지막까지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사는데 조금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할 줄 알고 살아간다. 후회 없이 산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매일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죽기 전에 후회할 일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죽음의 기로에 서보면 죽기 전에 아무것도 청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지, 죽음 직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지,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권일 것이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

산파가 산도産道를 열어 이 세상으로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듯 나는 세상 인연 매듭지어 저세상으로 잘 보내드리는 사람이다.


사람은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져간다.

엄마가 사랑으로 지은 배냇저고리를 처음 입혀주듯, 나는 정성으로 목욕시켜 마지막 수의를 입혀드린다.


태어날 때 자신은 울지만 주위 사람은 웃고, 죽을 때 주위 사람은 울지만 자신은 웃는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날 것을 걱정하는 아기가 없듯, 세상을 떠날 것을 걱정하는 이가 없길 바란다.


내 이야기가 당신의 삶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대통령의 염장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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