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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elraum Sep 09. 2022

[책] 신 포구기행, 곽재구

스무 살 어느 해, 삶이 핍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시인 곽재구는 포구를 찾아다녔다.  40년이 지난 후  저자는 그 바다를 다시 찾았다. 포구의 불빛들은 물 위에 길고 반짝이는 그림자를 남겼으며, 시도 남겼다.


"저녁놀이 붉게 빛나고 한 순간 모래알들이 모든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 모든 별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안에 작은 호수를 만듭니다"


"화진포 백사장에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별들이 서로의 살을 따뜻이 부비는 소리가 났습니다"


사람이 만든 모든 예술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도시의 불빛이라고 말한 인류학자 말이 가을바람이 얼굴 스치듯 생각났다. 그 불빛은 치열한 삶이고 꿈, 사랑 그리고 좌절의 이야기를 뿌려주는 것이었지만, 그 불빛은 정글 속의 포식자의 눈, 빛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포구마을의 조용한 불빛이라고 했다. 그 불빛에는 욕심 없이 사는 사람들의 유토피아가 있을 것 같다고.  


나는, 포구는 삶이 핍진할 때 둥근 젖가슴을 내어주는 엄마 같지 않을까,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내 나이 52, 쓸쓸하면서 외로운, 이 나이에 쓸쓸함과 조금 외로운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최고의 아름다움일 거라고 스로 위안했다.


시인은 포구에서 만나는 할머니의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은 맑은 시어라고 했다. 그리고 포구 선창가 배들의 이름에는 자신이 꿈꾸는 세계에 대한 소박한 열망들도 담겨있다고도 했다.


언감생심 시인처럼,  터벅터벅 포구를 돌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해는 남해, 다음 해 동해, 그다음 해는 서해,  이런 식으로.


시인은 지난했던 젊은 날 포구기행을 통해 인생의 순간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갔다.


나도  생의 여울이 한없이 궁핍할 때, 걸망을 메고 붉은빛과 푸른빛이 만나는 포구로 따뜻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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