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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elraum Sep 24. 2022

아버지의 해방 일지, 정지아

눈물이 많은 건 진즉 알았지만, 소설을 읽고 운 것이 얼마만의 일 인가? 지하철에서 마지막 장을 덮고 가슴 먹먹함과 눈물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버지가 죽었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정지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얽히고설킨 사연들을 읽다 보면 그들은 원래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그냥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넘길 만큼 가벼운 사연이 없고, 억울하지 않은 삶이 없지만, "그러니까 사람 이제"라는 이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잊혀가는 이데올로기의 상처들을 피식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필력에 또 다른 소설을 찾아가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이 나 잘났다고 뻗대며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고 했다.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오만했고, 이기적이었으며 그래서 실수투성이었다고...


빨치산의 딸이기 때문에 더 멀리 높이 나아갈 수없다는 것이,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가 아니라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였다고, 고백했다.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 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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