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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이 Oct 26. 2022

빛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이케아 조명

퇴근 후에 수고했다고 반겨주는 강아지처럼

봄날의 햇살을 그대로 옮겨 놓은

이케아 간접 조명을 좋아한다.


램프 색은 주황빛이 나는 전구색이어야만

퇴근 후 맞이하는 햇살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깜깜했던 나를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발끝까지

천천히 빛을 비춰준다.


마스크를 정리하고 허리를 숙여 신발을 정리할 때는

눈이 부실 정도 비추지만 오히려 즐겨준다.

인공 광합성 효과라고 할까?


간혹 이게 너무 좋아서

신발을 느리게 벗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빛을 많이 못 보는

탄광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웃음)


보통 사무실에 보통 회사원으로

남들과 똑같이 일하지만

옛날부터 깜깜한 게 싫었다. 밝은 게 항상 좋았다.


20살이 돼서 일 때문에

서울로 상경하게 되고 자취방을 얻었다.

그때는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공사현장 감리를 마치고

자취방에 늦게 오면 적막하고 깜깜한 느낌이 싫었다.


늦은 새벽에 옆집 말소리가 들리고

밖에서는 병끼리 부딪히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가 항상 들려왔다.


눈이 안 보이는데 귀가 들려서

이미지가 막 상상되어

앞에 보이는 그 느낌들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내 집이니까.

묵묵히 불을 켜고 잘 준비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렇게 내가 깜깜한 것을 싫어하는 것 잊고 살았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수만 가지 선택중 하나인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집이 생겼다.


인테리어를 고민하던 와중에

아내가 이케아 조명이 사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빛도 얼마 비추지도 못하고 LED도 아닌데

얼마 쓰지 못할 거라면서 핀잔을 줬다.


그래도 내 돈으로 살 꺼라며 우기는 아내에 못 이겨

카트에 담고 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당근으로 팔 생각이었던 이케아 조명이

이제는 내 최애 조명이 돼버렸다.


아내가 없었으면

평생 집에 올 때 깜깜한 것이

당연한 줄로 생각했다.

그리고 빛을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이케아 조명처럼

내가 다른 사람의 빛을 줄 때까지만 이라도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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