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확산을 부르는 3가지 디지털 CODE
웃기고 싶어 '패러디' 했고,
주목받고 싶어 '커버' 했고,
즐기고 싶어 '챌린지' 하다
2020년 디지털을 뒤흔든 첫 번째 '핵인싸 문화코드'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차지했습니다.
아무노래 챌린지는 틱톡 영상 조회 수 1억 뷰를 비롯해 유튜브에서도 연예인과 일반인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지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너도나도 챌린지에 참여하는 걸까요? 왜 유독 고객 참여형 마케팅 중에서도 아무노래 챌린지가 좋은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냈을까요? 지코 아무노래 챌린지의 성공을 통해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는 흐름과 흥행 요인을 정리해봅니다.
기존에도 틱톡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 형태(고객 참여형)의 마케팅 캠페인들은 많았습니다.
고객 참여형 마케팅이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지난해 가수 박진영 씨의 신곡을 알리는 'Fever' 챌린지나 문체부의 '한글을꽃피우다' 챌린지 등 영상을 통해서 많은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디지털 마케팅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유행처럼 쏟아지는 이러한 마케팅들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것은 같아도, '자연스러움'이라는 중요한 소스가 레시피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활동이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려면 쉽고 재미있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왜 많은 고객 참여형 마케팅들은 자연스럽지 못할까요? 보통 아무노래 챌린지처럼 특정한 마케팅 캠페인이 소위 '빵 터지면' 기업의 마케팅 팀장은 실무자를 호출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요즘 틱톡이 대세인듯하니 '우리도 저런 거 한 번 해보자'라며 내용 중심이 아닌 형식을 지시하고, 실무자들은 브랜드가 전달할 고유의 메시지나 가치보다는 틱톡이라는 특정한 플랫폼 성격에 맞춰 홍보 목적의 동작들을 억지로 만들어내서 참여형 마케팅을 실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수용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마케팅 활동에 자연스레 참여하고 싶어질 리 없습니다.
반면 아무노래 챌린지는 '쉽고', '재미있는' 원곡의 안무를 '자연스럽게' 따라 하면 되는 방식입니다.
자연스러움이란 가치를 풀어서 해석하면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으로 억지 동작을 취하거나 경품을 받기 위해 마케팅에 참여하는 병졸로 보이거나 바보 흉내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도 재미를 느끼면서 보는 이에게도 느낌 있는 모습을 남기는 거죠. 이처럼 디지털 상에서의 유행과 흐름이란 특정한 의도에 따라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인식과 수용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코라는 아티스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트렌디한 이미지는 디지털 '핵인싸' 코드와도 맞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싸가 되고 싶어 합니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고 멋진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자기만족의 심리보다도 남에게 트렌디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열망 때문입니다. 종로에 허름한 맛집이나 제부도 앞바다에 다녀왔다고 인스타그램에 대대적으로 자랑을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더 예쁘고 멋지게 보이는 순간을 어필할 때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비치는 나의 가치를 올리는 행동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노래 챌린지를 지코가 아닌 개그맨 박명수 씨가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웃음에 욕심 있는 사람들이 일부 참여하기는 하겠지만 젊은 세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참여하지는 않았겠죠. 아무리 멋진 안무일지라도 참여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본래의 웃긴 이미지가 대입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챌린지를 시작한 아티스트가 지코였고 트렌디한 안무 그대로를 따라 해서 소화하는 것이 곧 나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동료 연예인들이 일반인의 참여에 앞서 참여 영상을 업로드해 일종의 시드(Seed) 역할을 해준 것도 흐름을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조건부 형식의 이벤트가 아닌 진성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과거에 가수 설현이 SKT 모델로 큰 인기가 있을 때 연예인들이 유행처럼 설현 포즈를 취하거나 선행에 앞장서는 연예인의 팬들이 조공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생명은 제작자나 연출자의 일방적인 의도와 설정으로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TV에서 즐기던 콘텐츠들이 '완제품'이었다면, 지금은 반만 완성되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지난해 대세였던 곽철용(배우 김응수 님) 놀이문화를 생각해볼까요. 곽철용이라는 '밈(Meme)'을 네티즌들이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면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유행과 문화가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디지털 세대는 흥미로운 사건과 소스들을 일방적으로 인식하고 소비되게끔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움직이려면 '이렇게 하세요'라는 지침보다 '이건 어때?'라는 접근이 어울릴 겁니다. 쉽고,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소스만 던져두면 완전한 콘텐츠로 완성하는 것은 대중들의 몫일 테니까요.
챌린지 참여의 진입장벽이 사라진 점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낸 하나의 요인이었습니다.
과거에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예로 들면, 유명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을 지목해가는 방식이었기에 일반인들은 멀리서 지켜만 볼 뿐 난데없이 집에서 얼음 물통을 뒤집어쓸만한 명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참여자가 다음 참여자를 지목했던 릴레이 형태 챌린지가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따라 하고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였기에 폭발적인 참여와 확산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무언가를 따라 한다는 측면에서 패러디나 커버 문화와 조금 다른 점은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 카메라 앞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웃기지 않아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재밌어서 하는 겁니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의 성공 요인은 자연스럽게, 내 가치를 올리면서, 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방식의 마케팅들은 많겠지만 대중이 반응하는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역과 세대가 달라도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소통합니다.
그동안 소통의 주체가 '지인'이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미지인'들과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쑥스럽게 카메라 앞에 선 우리의 놀이가 결코 혼자만의 몸짓은 아니었던,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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