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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은 왜 달고나 커피를 만들까?

디지털에서 유행이 되어간다는 것

by 곽팀장 Mar 16. 2020


출처 : 순백설탕 유튜브 채널출처 : 순백설탕 유튜브 채널



집 안에서 즐기는 인싸감성, 이게 '연돈'이고 '블루보틀'이다



유명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KBS 예능 ‘편스토랑’에서 소개된 달고나 커피는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섞어 400번 정도 저어서 만든 커피가 마치 달고나와 비슷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입니다. 설령 방송에 나온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이슈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달고나 커피는 어떻게 디지털 상에서 주목을 받고, 더 나아가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 되었을까요?


지난 1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의 성공요인 분석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디지털 컨텐츠는 쉽고, 재미있으며,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달고나 커피는 이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먼저, 달고나 커피는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도 접근이 쉬어야 합니다. 만약 ‘랍스터 전복 찜’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일부 유튜버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도전했겠지만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즐기고 따라 할 수 있는 ‘아무 요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을 겁니다. 집에 있는 커피가루와 설탕만으로도 쉽고 빠르게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달고나 커피의 큰 강점입니다.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비교적 심플한 재료와는 달리 제조과정은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재료를 배합한 뒤 400번 정도를 휘젓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달고나의 색과 걸쭉함이 완성됩니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들이 이러한 제조과정을 체험하면서 너무 많이 휘저어서 팔이 아팠다, 관절염이 온 것 같다며 처음에는 힘들고 후회했지만 맛있어서 보람을 느꼈다는 평가들이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과정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재미와 희열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리고 커피는 늘 마시는 것이기에 한 번쯤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본다는 작지만 특별한 시도가 주변에서도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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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달고나 커피가 사랑받을 이유는 많지만, 디지털에서 유행처럼 확산된 핵심은 ‘개성’입니다. 대중들은 놀잇감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해석하기 시작합니다. 팔 안 아프게 쉽게 만드는 법, 대용량 만들기, 설탕 대신 코코아 파우더나 제티로 재료 바꿔 만들기, 한 편에서는 힘든 제조과정을 재미있게 견디는 유튜브식 예능 요소와 커스터마이징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달고나 커피를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유행이란 단순히 선도하거나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재창조 활동의 연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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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흐름이 유행과 현상으로 나타날 때쯤이면 흐름에 합류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집니다.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트렌드에 가까워지고 싶은 ‘인싸감성’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 하룻 밤을 텐트 안에서 꼬박 기다리면서 돈가스 맛집의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이유도, 흔한 커피라도 요즘 핫하다는 곳에서 빽빽한 사람들 속에 뒤엉켜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그 음식을 소비하기 위해서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소외되고 싶지 않고, 오히려 그 중심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어쩌면 달고나 커피 한 잔이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연돈’이자 ‘블루보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유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많은 브랜드와 기업의 고민에

달고나 커피는 아주 간결하게 대중들이 반응하는 코드와 콘텐츠 확산의 핵심을 잘 보여줍니다. 유행이란 재해석과 재창조의 연속으로 시작되며 ‘인싸감성’을 겨냥해야 확산된다는 것입니다.


커피와 설탕이 만나 400번 휘저어서 완성되는 달고나 커피. 그 휘젓는 손짓에서 세상의 중심에 섞이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달콤 쌉쌀한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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