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둘 다 해도 됩니다. 단, 일단 찾으면...
한 번이라도 커서 뭐 될래? 라는 말을 들어봤다면.
매 학년 장래희망란에 뭘 적을지 고민해봤다면.
성인이 된 지금도 그 답을 좀처럼 알기 힘든 이유.
질문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학생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모델에 대해
정체성(identity)이 아닌 역할(job)로 규정받는다.
교육의 중심이 '사람'이 아닌 '사회'에 가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역할'을 찾기위해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
가르쳐주기도 전에 '지식'이라는 것을 먼저 알려준다.
면역력도 기르기 전에 몸에 좋다는 약부터 먹이는 꼴이다.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어떤 것에 흥미가 있거나 잘하고, 싫어하고 소질이 없는지.
그러나 그 판단의 기회조차 다재다능할 것을 강요받는다.
그러다 입시를 앞두고 문/이과 등 몇 가지 잣대를 나누고
원하던 원치않던 점수에 맞는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사실 대학을 갔으니 고등교육의 기능적 역할은 다한 것이다.
그러나 바보가 된 채로 대학생이 되고 휴학, 자퇴하게 된다.
뒤늦게 난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갈등은 계속되고
졸업과 취업이라는 단어에 시달리며 다시 비슷한 교육을 받는다.
사실 수능만점이고 수석졸업이 크게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그 우수한 인재들이 오늘날 정치인이자 판,검사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 않은가? 지식 위주 교육의 함정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세상이 날 먼저 알아봐줄 리 없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아야한다.
답을 얻으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해야할까? 다양한 산업에서의 경험이다.
그 경험이 어떻게 나하고 연관되는데? 스스로 질문 해야한다.
나는 패스트푸드, 영화관, 편의점, 술집, 사무직, 콜센터 등에서
아르바이트 내지 정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하는 일은 전부 달랐지만
몇 가지 인사이트를 찾아 스무고개하듯 내 성향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크고 작은 모든 사회경험에서 겪었 일들을 리스트화 시킨 뒤에
이런 점은 나하고 맞았다, 혹은 맞지 않았다라는 점을 작성해보았다.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내 성향과 몇 가지 통용되는 기준을 찾게 되었다.
1. 업의 형태(고객을 상대하는 일인지, 조직 내 사람을 상대하는지)
2. 일의 성향(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인지, 몸을 움직이는 일인지)
3. 작업 패턴(매일 비슷하고 반복적인지, 같은 일도 매일 새로운지)
4. 성취 속도(꾸준히 오래해야 성과가 나오는지, 프로젝트 업무인지)
5. 장래 비전(산업의 전망이 아닌, 스스로의 밸류를 활용할 수 있는지)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일이 하나의 업무만을 하지는 않는다.
편의점 알바를 하더라도 판매와 정산, 물품진열, 청소 등의 일이 있고
사무직에서도 단순 업무 속에서 그 나름의 조직문화라는 것이 있다.
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좋았고 사무실에서 업무하는 것이 좋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보는 것을 선호했고 새로운 형태의 업무를 지향했으며
추후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생각해 광고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판단에 근간이 되는 조건들에 더해 디테일한 선택의 폭을 좁히고자
커리어넷에서 직업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았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서 또 선택을 요구받았지만
이제는 어쩌면 그런 고민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나만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끊임없이 계발해야 한다.
전혀 쌩뚱맞은 음악과 화학의 조합이나 미술과 무역의 조합일지라도.
삼성맨과 같은 평생 직장개념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느 작가가 말하기를 이제 취직의 시대가 아닌 창직의 시대라고 한다.
직장은 바꾸더라도 직업은 바꾸지 말랬는데 이제 직업도 바뀌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가치를 토대로 업싸이클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아 직업인으로서 밑바탕을 만들고
자신만의 알파를 융합시킬 때 비로소 어렸을 때 커서 뭐 될래라고 들었던
질문에 자신만이 가진 근본적 밸류와 색깔을 더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