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2011년, 첫 회사에서 첫 경쟁PT를 했었다.
인바운드 콜을 통해 최초 접점을 만들었고
이후에 간단한 1차 제안서를 전달하였다.
얼마 뒤 공식 비딩 참여제안을 받았지만
회사에서는 저 어린 녀석이 뭘 하겠어 하고
경험삼아 깨져봐라는 식,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그 때 1년차도 채 되지 않은 나이 25 살이었다.
당시 동료사원과 둘이 제안서가 뭔지도 모르고
해보겠다는 의지와 열정 하나로 작업을 했다.
지금 제안서를 열어보면 참 가슴 뜨겁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쪽팔리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떠는 편이지만
첫 PT 날은 정말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만큼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 수 밖에 없었다.
Q&A 타임에 꽤 난이도 있는 질의가 들어왔고
유튜브 광고라고는 프리뷰 밖에 몰랐던 나는
다시 한 번 급격하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너지는 마음과 무기력했던 시간이었지만
PT가 끝나고 광고주 몇 명이 나에게 오더니
저는 무슨 말인지 다 이해했어요. 쉽게 다 이해했어요
라고 하는데 나는 왜 그러는지를 몰랐다.
알고보니 이전 팀이 온갖 마케팅 전문용어와
지식을 동원해 난이도 있게 PT를 한 것 같았다.
결국 이후에 최종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지만
나는 그 때 비로소 느꼈다.
설득에 앞서 교감이라는건 일방적인 것이 아닌
듣는사람 눈높이와 수준에 맞춰야 된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맞는 말을 하고 옳은 말을 해도
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 없다는 것을.
오늘은 갑자기 그 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