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좋았다.
지금은 브랜드 위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5년 전, 첫 광고주로 모셨던 분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가 아니라
허름한 동네에 있는 카펫트 사장님이었다.
키워드광고 100만원이 월 예산의 전부였고
그 100만원이란 돈은 대기업의 마케팅 예산처럼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게 뚝 떨어진 것이 아닌
먼지를 마시고 땀 흘린 노동으로 번 돈이었다.
나는 담당자로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쇼핑몰처럼 성과 트래킹이 되지 않는 업종 특성 상
광고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혼자서
견디기 힘들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고는 했다.
날 너무 믿어주셨고 착하셨던 광고주께서는
전화로 담당자님이 무슨 잘못이 있냐며
나의 마음 한 구석을 더 미안하게 했다.
나는 다른 광고주들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내 돈처럼 관리를 했고 내가 기쁘고 아팠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도 나에게 남아 있어
아무리 작은 광고주와 예산도 무시하지 않고
광고주 예산 한 푼도 허투루 쓰게 만들지 않는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내 모습을 만들었다.
불행히도 그 당시에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업체가 왜 경쟁력이 없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당장에 홈페이지부터 뜯어고쳐야 했어야 맞지만
그조차 바꾸기에도 쏟아부을 여력이 없는
전형적인 중소상공인의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광고성과는 잘 나지 않았고 어느 날
사장님하고 가게 근처에서 미팅을 했다.
동네 고깃집에서 고기를 사주셨는데 나는 그 것이
차마 목으로 잘 넘어가지를 않았다.
얼굴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나의 심정이었다.
그 때, 생각지도 못하던 찰라에 내 광고업력에서
가장 큰 칭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사장님께서는 나를 보고 말씀하시길
당신같이 성실한 사람에게 내 딸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진심을 담아서 말씀을 하셨다.
지갑에서 사진부터 꺼내려 하시길래 말렸는데
과연 나의 무엇이 이 사람을 믿게 만들었는지
내가 그 자격이 있을만큼 열심히 정직했는지
그 짧은 순간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만류를 하고 미팅을 마치고 나왔지만
나는 지금껏 그 이상의 칭찬을 받아본적이 없다.
어딜가서 욕이나 안들어먹으면 그나마 본전이다.
갑으로 불리는 광고주던 대행업을 하던 우리 을이건
상호에 대한 호의가 너무 당연시되는 요즘에는
일하다보면 넌지시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다시 소주 한 잔 같이하고 싶습니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