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팀장 Jan 30. 2016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제안서란

머리를 두드리는 것이 아닌 마음을 열게하는 것

비단 광고, 홍보, 마케팅의 업이 아닌 곳에서도

일을 하다보면 한번 쯤은 제안서라는 것을 쓴다.

사실 제안서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며

그 진행과정에서 오는 무거운 느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기존에 익숙하게 해왔던 일들과는 다르게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 몫 한다.


나는 제안서를 항상 한 통의 편지라고 생각해왔다.

편지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진심이 먼저 담겨야 한다.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담긴 편지보다

투박한 부모님의 편지 한 줄에 눈물이 나는 이유는

그 안에 나를 향한 진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제안서란 첫째로 마음이 담겨야 한다.

누군가 진심으로 좋아하면 입을 떼는 것도 어렵고

평소처럼 유창하게 말을 꺼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무슨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부터 고민하면

마음 속에서부터 진정성과 깊이가 생기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겸손한 마음과 존중이 생긴다.

고백한다면서 잘난 척 하면 재수 없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경쟁 PT 같은 제안의 경우는 더욱이

'봤지? 다른 놈들보다 잘난 나를 선택해'가 아닌

'지난 날 동안 많이 고민했던 나의 진심이야'가

마지막 여운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또 다른 마음 뿐이다.


두 번째로 좋은 제안서는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제안서를 보다보면 어려운 용어와 구성이 많다.

세계관부터 시작하는 한 편의 문학작품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제안서의 수준은 낮을수록 좋다.

내용이 아닌 형식의 수준이 철저히 낮아야 한다.

웹툰과 커뮤니티의 이야기처럼 잘 읽혀야 한다.


나는 중요한 제안서 작업이 있을 때면 마지막에 

어머니께 보여 드리고 이해가 되는지 꼭 묻는다.

누구나 설명을 듣고 알 수 있고 보기 쉬워야 한다.

흔히 학교와 학원에서도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훨씬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좋은 제안서는 엄마부터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이 정직하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 합리화에 빠져

내용이 삼천포로 가는 경우는 영락없이 지나고나면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고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다행히 대행업에서는 <협업>의 시스템이 있지만

좋은 제안서는 '자신의 객관화'로 나오는 것 같다.

'과연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공감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고객이라면 이 전략이 와닿을까?'

자신의 전략을 경계하고 돌아보며 검증하는 것이다.


수십년 간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좋은 예이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만들 수 있는 경지라고 하지만 

항상 마지막에는 자신의 작품에 이상이 없는 지

이리저리 돌려가며 또 두드리면서 검사를 한다.

만약 이상이 있다면 가슴 아프지만 깨부숴버린다.

작품을 부수는 이유는 상품 가치가 없어서라기보다

장인의 혼이 온전히 담기지 못했다고 여겨서이다.


단순히 '물건'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끝났을지언정

장인은 그 물건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깨는 것이다.

왜? 나부터 설득하지 못하면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고

상대를 설득하더라도 부실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 문제는 온전히 나에게 되돌아옴을 알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제안이란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고

설득은 상대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빚을 진 친구에게 독촉 대신 사과 한 박스를 가져다주자

돈을 갚았다던 일화처럼 지식이 아닌 지혜의 문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을 모으는 일과 생각을 펼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