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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팀장 Jun 08. 2016

지식노동자의 비애

화려한만큼 빠르게 꺼지는 불꽃

광고대행사는 창의성을 훈련하는 곳이다.
흔히 공장에 가면 몸을 써서 일을 하지만
머리를 써서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김홍탁 CD의 말대로 광고주를 설득하고
브랜드 가치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지식노동자.
그러나 불행하게도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물리적 자원을 투입한만큼 그에 비례해서
더 우수한 아웃풋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사이트는 고민한만큼 나오기도 하나
크리에이티브적 발상은 그렇지도 않다.
일정의 관계는 있으나 절대적이지는 않다.


인풋-아웃풋, 투입-산출개념으로 따지면
비대칭성이 강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생리가 밑바탕에 있고
늘 부족한 맨파워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소한의 완성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조직적 특성이 아닌 업의 특성에 가깝다.


제한된 여건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쉼 없이 끊임없는 고민과 검증을 거치며
업무의 즉시성과 연속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과 맨파워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완성도 있고 높은 수준의 
인사이트 혹은 크리에이티브로 대변되는
아웃풋을 내야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다.


투입-산출에 대한 비대칭적인 특성 탓에
제한된 인풋으로 우수한 아웃풋을 내려면
불가피하게 물리적인 희생이 수반된다.
흔히 대행사하면 밤낮없음이 떠오르고
힘듦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잔존하는 이유다.


업의 생리상 불가피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광고라는 일을 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열정과 꿈이라는 순수한 동기에서.
더 지나서는 나만의 커리어와 보상을 통해
향상된 효용가치에 알맞는 기회를 얻고
알맞게 쓰임 당하고자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빛이 날 때 은퇴를 한다.
그 나이가 대략 40~45세를 짐작케한다.
실력을 갖춰도 영업적 역량을 가져야하며
광고인으로서 영업력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


이 것은 업에서 다시 사회적 문제로 나아간다.
오늘의 희생이 내일의 빛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발벗고 나서서 희생을 하려고 할까?
나는 흔히 말해 386,486세대~에코세대가
조직 내 N세대에게 느끼는 정서적 괴리감인
'개인주의'란 감정이 여기서 기인한다고 본다.
뭘 하더라도 잘될 거라는 믿었던 세대.
그리고 뭘 하더라도 막막한 세대.


회사를 처음 다닐 때 누가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광고라는 일이 두렵지 않니?"
"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새로운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서
해나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내가 두려운 것은...
나에게 이 업은 너무 맞지만 업의 생리에 따라
나의 삶은 너무 유동성이 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유동성 투자가 가져오는 미래가
수익이 아닌 잿빛 미래라는 것을 전망할 때.


그래서 주변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단순히 일이 많거나 바빠서 힘들어서가 아닌
근본적으로 작년부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대안을 찾게되고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일하는 것은 분명 즐겁다.
그러나 일을 삶의 전부로 여기고 싶지는 않다.
일로서 삶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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