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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팀장 Feb 26. 2017

회사에 제안했던 용감한 비전

지금은 그때만큼 절박하지 않음에 절박합니다

첫 회사에 건냈었던 나의 제안을 돌아본다.


벌써 6년 전 첫 광고대행사를 다닐 당시에는

디지털 마케팅이란 범주가 지금처럼

세분화되고 다양하게 분포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분명 트렌드가 존재했고

업의 패러다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는 중소사업자 검색광고를 기반으로 해서

간혹 DA(배너광고)정도를 취급하는 회사였는데

전체 물량은 7:3 비중 정도로 편중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DA, 바이럴 영역까지 커버하지 못해

관련한 일이 들어와도 번번히 외주를 줘야 했다.

개발영역은 그렇다쳐도 명색이 광고회사에서

디자인까지 외주를 주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상황이 이렇보니 자연스레 수익성은 낮아졌고

경쟁력이 없으니 좋은 레퍼런스가 모이지 못했다.


경영진은 문제의 본질을 못 본건지 외면한건지

매 주 고작 1~2년차 평사원들을 모아놓고서

회사의 위기와 생존방향을 강구하라고 했다.


구성원 모두가 입을 모아 불평불만을 토로했지만

10인 미만의 소기업이었기에 주인의식은 높아서

각자 진정성 있는 고민 후 나름 방향을 제시햇고

나 역시 장문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리했다.


디지털은 더 이상 한 분야의 전문적 심층역량보다

다변화되고 통합적인 요구에 대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내부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그동안 우리의 '머리'로 기획을 했다면

'왼손'으로는 디자인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개발을 해야합니다.

우리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물을 완성해야

그 과정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경영진은 변화할 마음의 준비도

실제로 그동안의 방향이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틀 안에서 나아질 방법을 찾길 바랬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중소상공인에 대한 특별한 애정에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다시 한 번 제안하기를 검색광고 시장은 레드오션에

치닫고 있으니 이제 넓은 의미에서 판을 보자고하니

경영진의 입장은 반대로 한 분야의 장인이 되는 것도

또 다른 의미에서 경쟁력이 된다라고 답변하였다.


누가 옳았을까? 회사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산업이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중문화와 트렌드를 먹고 사는 광고마케팅 업에서

전문성이란 적어도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서퍼가 파도를 타지 못하면 파도에 잡아먹히고 만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2017년에 다시 돌아보는 디지털 에이전시의 Role이란

안철수 의원 말대로 갑툭튀하는 기술과 미디어들을

융합해서 그에 맞는 컨텐츠와 메세지를 만드는 시대다.


'퍼포먼스'와 '컨텐츠'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재편되는

디지털 패러다임은 기획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야하고 그러면 모두 알아야 한다.

속된 말로 이제 광고 내보내면 끝~이라는 시대는 갔다.


그러면 클라이언트의 모든 요구사항에 있어 우리는

최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준비할 마음가짐은 있는가?

준비하고자 한다면, 어디까지가 우리가 할 몫일까?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얼마만큼의 기간동안, 어느 범위까지 섭렵할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경험치들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나는 6년 전으로 돌아가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당시 고작 1~2년차인 내가 회사에 제안한 내용은

명확한 비전이라기보다는 진정성과 절박함이었다.


지금은 그 때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마 대다수가.

그러면 다음의 비전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을까?

누구도 절박하지 않은 오늘에 다시 절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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