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데, 6분

베이비부머 필살기 (7) -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손가락

by 늘푸른 노병


점심 한 끼 해결하려 들어선 햄버거집.


예전 같으면 "불고기버거 하나 주세요" 한마디면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이제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사람의 미소가 아니라, 무인단발기 유리판이 마주한다.


화면 속 메뉴들은 화려하게 반짝이지만, 내 눈에는 도무지 어디를 눌러야 할지 보이지 않는다. 햄버거를 고르니 세트를 먹을 건지, 단품을 먹을 건지 묻고,


감자튀김을 바꿀 건지. 음료는 대, 중, 소 하면 될 것을... 라지, 레귤러, 쓰몰... 레귤러는 또 뭐야? 미디엄은 어디 가고... 질문도 많다.


기계는 참을성이 없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면 여지없이 '처음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라며 나를 타박하듯 되묻는다.


내 뒤로 줄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자꾸 뒤를 힐끔거리게 된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머리에는 김이 나는 듯하다. 안절부절못하니 손가락 끝은 더 굳어지고, 화면의 글씨는 자꾸만 번져 보인다.


결국 카드 결제 구멍을 찾지 못해 헤매다 뒤에 따라붙은 청년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대체 카드는 긁는 거야? 갖다 대는 거야? 끼어 넣는 거야?


시계를 보니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데 꼬박 6분이 걸렸다. 남들은 30초면 끝낼 일을 나는 전쟁 치르듯 겨우 해냈다.


자리에 앉아 차가운 콜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세상의 속도는 광속으로 변하는데, 내 손가락의 속도는 여전히 아날로그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6분이나 걸렸지만, 어쨌든 나는 내 힘으로 이 기계와의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해 햄버거를 쟁취했다. 느린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기계의 속도에 내 삶의 박자를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


오늘 6분의 사투 끝에 얻어낸 햄버거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또래 비슷한 친구가 또 주문대 앞에서 서성 된다. 나처럼 버벅댈까? 지켜보게 된다. 여지없이 똑같다... 속으로 '어쩔 수 없군' 하며 웃음 짓게 된다.


내일은 5분, 그다음 날은 4분. 그렇게 조금씩 기계의 영토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면 그만이다. 느리게라도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이어지는 연재] 베이비부머 필살기 (8) - 디지털 시대의 새 가족들




#아날로그 감성 #햄버거 주문 #중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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