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새 가족들

베이비부머 필살기 (8) - 우리 집에 식구가 늘었어요

by 늘푸른 노병


아이들이 모두 장성해

둥지를 떠났다.


한때는 북적이던 집이

이제는 두 사람만 남았다.


핵가족이 아니라

노(老) 핵가족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사람은 줄었는데 식구는

늘었다.


차에는 내비게이션 ‘아리’.


아내와 번갈아 운전하지만

길은 '아리'가 정한다.


“500미터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요즘 가장 단호한 목소리다.


거실에는 로봇청소기 ‘루키’.


아침이면 혼자 돌아다닌다.

가끔은 소파 밑에서 멈춘다.


그러면 내가 119 소방사가 되어 긴급 출동한다.


부엌에는 전기밥솥 ‘밥퍼’.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성실한 식구다.


침대 머리에는 전자시계 ‘짱구’.


날짜와 온도, 미세먼지, 뉴스까지


말로 물어만 주면 쉴 새 없이

알려준다.


그리고 서열 1위 Dale이.


기계는 충전이 필요하지만

Dale 이는 산책이 필요하다.


기계는 업데이트를 하지만

Dale 이는 간식을 찾는다.


기계는 멈추기도 하지만

Dale 이는 저녁 여섯 시가 되면

정확히 움직인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사람 둘.

기계 넷.

Dale이 하나.


우리 집은

일곱 식구다.


예전에는

아이들 이름을 불렀는데,


요즘은

아리야.”

루키야.”

밥퍼야.”

짱구야.”


그리고

Dale.”


기계의 대답은 늘 같지만,

Dale이의 반응은 늘 다르다.


그 차이를 나는 안다.


자식은 떠났고

기계는 들어왔다.


그래도 정(情)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난다.




[이어지는 연재]

베이비부머 필살기 (9) - 커피는 뜨거웠지만...



#핵가족 시대 #디지털 라이프 #웃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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