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간식

간식처럼 건네는 뒤늦은 마음

by 늘푸른 노병


아내도 간식이 먹고 싶었을 텐데, 나는 한 번도 그 마음을 묻지 않았다.


내 젊은 날은 늘 바빴다. 일찍 출근했고, 늦게 퇴근했다.


주말이면 으레 얼굴을 비춰야 할 경조사가 기다렸다.


그 시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랬듯, 나 역시 앞만 보고 달렸다.


세월이 훌쩍 흐른 뒤에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내의 손길이 얼마나 많이 닿아 있었는지를.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내는 늘 가족을 먼저 챙겼다. 아이들 준비물을 살피고,


식탁을 정리하고, 집안의 작은 균열을 메웠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출근길을 허둥지둥 챙겼다.


그 고마움을 나는 오래도록 아는 듯, 모른 채 살았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알겠다.


아이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이었고,

피곤했을 것이며,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배려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세상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는 말.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살아보니 그 말만큼 현실적인 표현도 없다.


어릴 적, 어머니가 시골 장터에 다녀오시면 주머니에서 꺼내주시던 작은 간식.


그것을 기다리던 하루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요즘 나는 가끔 퇴근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산다.


김밥 한 줄, 쿠키 몇 개, 담백한하나. 때로는 계절 꽃 한 송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건네는 순간


환하게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 괜히 내가 더 뿌듯해진다.


“이거, 당신 생각나서 샀어"라고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아직도 부끄럽고 입에 잘 붙지 않는다.


그래도 이상하게도 그 작은 봉지가 하루의 피로를 모두 덜어낸다.


나는 조금 늦게 철이 드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라서 다행이라고, 빙그레 웃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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