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언을 가장한 통제, 같은 세대 안의 불편한 권위(9)
한동안 '꼰대'라는 말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유물처럼 쓰였다.
나이 지긋한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읊조리는 장면, 그것이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던 꼰대의 초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젊은 꼰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나이는 MZ세대인데, 말투와 태도는 영락없이 기성세대인 사람들.
우리는 이제 그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더 당혹스러운 건 이 갈등이 세대 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겨우 1~2년 먼저 입사한 선배와 신입 사이에서도 비슷한 충돌이 벌어진다. 같은 문화를 공유했을 것 같은 사람들끼리도, 생각보다 날카로운 균열이 생긴다.
"원래 회사는 이런 거야", "이 정도는 버텨야지"라는 말은 꼭 50대 팀장의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입사 3년 차 선배의 입에서도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더 불편한 이유가 있다. 젊은 꼰대는 대개 자신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배를 잘 이해하고 있고, 조직을 위해 필요한 말을 해준다고 믿는다.
겉으로는 조언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기준을 따르게 하는 것. 배려처럼 포장된 통제, 그것이 젊은 꼰대의 민낯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우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예전에는 10년을 하나의 세대로 묶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1~2년 차이만으로도 경험한 문화와 소통 방식이 달라진다.
'같은 MZ'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세대 내 간극은 이미 충분히 넓다. 여기에 더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견뎌온 시간을 기준점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후배의 어려움은 과장으로 보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나약함으로 읽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문제는 개인의 성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윗선이 권위적이면 아랫선도 그 방식을 답습한다. 젊은 꼰대는 어쩌면 조직이 길러낸 결과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개인의 차원에서는 단 하나만 바꿔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내가 해봐서 안다"는 말 대신 "너는 어떻게 느끼는가"를 묻는 것. 내 경험이 정답일 수 없다는 전제를 갖는 것.
그 한마디 차이가 관계를 통제에서 신뢰로 바꾼다. 조직의 차원에서는 직급보다 역할 중심으로, 보고보다 대화 중심으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수평적 소통이나 애자일(Agile)한 방식도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 위에서만 작동한다. 제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꼰대는 나이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권위를 앞세워 상대를 바꾸려 드는 순간, 누구든 꼰대가 될 수 있다.
젊은 꼰대 문제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의 문제다. 그래서 해답도 거창하지 않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후배를 가르치려 하기 전에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
그리고 회사가 그런 태도가 숨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결국은 관심, 경청, 그리고 꾸준한 변화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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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세대와의 다리 놓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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