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슴 뛰는 활동이 필요했다. 음악을 크게 들으면 가슴이 쿵쿵거리기도 하고 이런 곳은 보통 열렬한 팬들이 모인 장소라 그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평소 궁금했던 가수들 무대도 보고 팬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었는데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드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가수만 담는 사람, 셀카 형태로 가수와 함께 담는 사람, 상황 중계를 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조금 의아했다. 맨눈으로 보려고 온 곳인데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들으려면 왜 온 걸까. 과학적으로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보다 맨눈으로 즐기는 게 훨씬 기억에 남고 추억이 된다는데.
공연장 안은 어두워서 찍어도 잘 보이지 않고 핸드폰으로 담아봤자 음향도 별로 일 텐데 대체 왜?
생각해봤다.
1. 인스타 자랑용.
정말 한 시간 가까이 인스타와 촬영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찍고 보내고 찍고 보내고 무대를 삼 분 이상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2. 그냥 내 것이기 때문
그냥 찍는 거다. 큰 이유는 없다. 찍는 게 감상에 방해돼도 후에 돌아보면 `내 손`으로 찍은 거기에 뭔가 애착이 생긴다.
고화질 영상 및 편집 제공
보니까 전문 촬영팀도 찍고 있던데 이런 영상을 관객한테 팔면 어떨까 한다. 초고화질 영상을 관객한테 판매하고 `내`가 그 영상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하는 거다. 동영상판 인생 네 컷이랄까. 인생 필름 정도 일라나. 개인적으로는 여행이나 공연을 보고 찍은 것들은 한두 번은 보아도 그 이상은 잘 보지 않게 된다. 어차피 조잡하기 때문이다. 한 이삼 년 뒤에 보면 괜찮긴 한데 그때도 한두 번 보고 만다.
이 구린 영상들을 남 방해와 스스로 방해하면서까지 찍고 싶은 이유는 그냥 내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대충 찍을 거 배경인 무대공연 같은 건 초고화질로 하면 이질감 들고 더 재밌지 않을까?
무대도 더 즐길 수 있고 남들도 핸드폰 없이 즐길 수 있고 나중에 고화질 영상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