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안 Oct 25. 2022

숨만 쉬어도 나가는 100만 원

그리고 100만 원의 자유

고시원에 35일 정도째 살고 있다. 친구가 나가서 살면 좋냐기에, 좋다고 했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다. 돈 한 번 시원하게 쓰기 어렵다. 친구들을 만나도 돈 없다는 소리를 달고 살게 된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숨만 쉬어도 100만 원씩 나간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알겠다. 이번엔 고시원에 살면서도 월 100만 원씩 쓰게 되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식비


일단 회사에 다니게 된 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침을 회사 간식으로 때우고, 저녁도 회사 간식으로 때운다. 하루견과나, 저칼로리 음료 등을 많이 구비해둬서 남들 몫까지 거의 3인분을 먹는다. 그만큼 집에서도 업무 공부를 하니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


점심 : 기사식당 8천 원 제육볶음*20일 = 16만 원.


편의점 제육볶음은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갓 요리한 음식의 그 느낌이 안 난다. 게다가 쌈채소에 밑반찬 6가지를 주는데 8천 원이면 5천 원짜리 도시락보다 훨씬 낫다. 내창이 고시원의 마지막 자비인 것처럼, 기사식당의 제육볶음도 내게 허락된 유일한 하루의 사치다. 15일째 같은 메뉴인데도 나는 계속 먹는다. 그리고 계속 먹을 거 같다.

아침, 저녁 : 아몬드 + 단백질 + 곤약 젤리 + 닭가슴살 + 비타민. 그때그때 배고픈 정도에 따라먹는다.

합치면 아침저녁 합쳐 3~4천 원은 나오는 거 같다.

4천 원*20일 = 8만 원.


2. 고시원 월세

25만 원


3. 헬스장

1년 40만 원, 1달 3만 3천 원.


화장실과 샤워실이 달린 방은 편하지만, 밤에 습하고 벌레도 많이 꼬인다. 샤워실을 따로 안 두기에 무조건 헬스장에 가게 되고, 덕분에 한 달만에 체지방량은 1kg 줄고, 근육량은 1kg가 늘었다. 이게 생존 근육일까.

4. 교통비

왕복 2.5천 원*20일 = 5만 원

주말 집 왕복 5천 원 *4일 = 2만 원

데이트 및 혼자 돌아다니기 2.5천 원 * 10 = 2.5만 원


5. 통신비

알뜰폰 3만 원


6. 데이트 통장

18만 원. 한 번 데이트 때 4만 원 정도 잡는다. 고등학생이 아니니 떡볶이나 룸카페 같은 걸로 때울 수는 없고, 애인도 스스로 돈을 버는 입장이 아니라 최대한 둘이 맞춘 돈.


벌써 이렇게 하니 84만 원이다. 그래도 혼자 월세 살면서 고양이 같은 거 키우는 애들하고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괜찮다. 주말에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며 밥값도 아끼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려고 한다.


여기서 어떤 도구를 산다던가, 보충제가 떨어져 사야 한다거나, 로션이 떨어졌거나, 면도기가 고장 났거나, 노트를 사야 하거나, 뭐가 없다고 하면 또 금세 5~6만 원은 추가된다. 옷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 1~2만 원짜리 옷은 사지도 않게 돼서 정말 드문드문 괜찮은 옷을 사게 된다. 예쁜 카페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 저녁을 사 먹고 싶은 날이면 또 몇만 원 추가된다. 조금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남들처럼 아주 약간의 사치만 부려도 100만 원이 든다.

.....


고시원 생존기가 좋은 출판사를 만나, '돈은 없지만 독립은 하고 싶어'로 깔끔한 디자인과 멋진 표지로 재탄생했습니다. 많관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시원 19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