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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Oct 29. 2022

고시원 38일차

윈터이스커밍

1. 어떻게 날짜까지 세는지 신기하겠지만, 헬스장 출석 기계에서 남은 기간을 알려줘서 알고 있다. 고시원 첫날부터 헬스장도 등록했으니 40일이 조금 넘었다.


2. 아침 헬스장은 아저씨, 할아버지들의 모임 장소다. 신도시 아줌마들이 브런치 가게에서 모인다면, 공업지역 아재들은 헬스장에서 모인다. 몸 좋은 청년들에게는 넉살 좋게 운동을 물어보고, 서로 운동보다는 떠드는 시간이 많다. 그래도 보기 좋다. 저번에 140kg 레그 프레스를 하는데 김 사장 아니냐고 말 걸어서 큰일 날 뻔했다. 이런 것만 빼면 뭐 활기차서 좋다.


3. 처음 왔을 때는 아직 여름이 남아있었는데,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 출퇴근 때는 무조건 롱 패딩을 입어야 한다.

4. 추워서인지 모기가 사라졌다. 물론 주방이 공용이라 음식물이 계속 있어서인지 주방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방이나 복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5. 그래서 그런지 나도 춥다. 일어나는 순간에는 떨면서 깬다. 깔깔이에 히트텍에 수면양말을 신고 자도 춥다. 바지를 두 겹 입어야 할지, 이불을 두꺼운 걸 챙겨야 할지 고민이다. 두꺼운 이불은 방안에 부피감을 차지하고, 바지 두 겹은 잘 때 불편하다. 그런데 이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부피감이나 디자인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래도 두꺼운 이불을 당근 마켓에서 구해야겠다.


6. 건조기에 니트를 돌렸는데 기장이랑 어깨가 꽤 많이 줄어 쫄티가 됐다. 요즘 오버핏에서 슬림핏으로 유행이 변한다니 오히려 좋다. 건조기를 처음 써봐 편해서 세탁 시간은 줄이고, 건조기 시간만 최대로 늘려서 했는데 앞으로 웬만하면 자연 건조해야겠다. 버려도 될 법한 옷만 들고 왔지만 아깝다.


7. 회사에 다니면서 식비가 많이 줄었다. 사내 자체 간식도 있지만 여초 회사라 그런지 간식들을 많이 사 먹고, 입도 짧아서 나눠주신다. 그 덕분에 나는 저녁값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그분들의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사명감으로 나도 거리낌 없이 잘 받아먹고 있다.


8. 회사 근처 기사식당에서 제육볶음, 불백을 먹은 지 15일 차다. 아직까지는 먹을만하다. 나도 내 한계가 궁금하다.


9. 궁금한 옷이 있어서 하나 주문했다가 반품했는데, 고시원이라 반품이 걱정이다. 새 박스가 아닌 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잘 될까. 이번에도 송장이 늦게 나와서 이틀 동안 혹 버리신 건 아닐까 걱정했다. 아무래도 다음번에는 직접 편의점 택배로 보내야겠다.


10. 게이머가 돌아왔다. 보통 12시 전까지는 게임을 끝내는데 하루는 1시 넘어서까지 했다. 그 탓에 나도 잠을 못 잤는데 다행히 1시쯤에 끝내서 다행이었다. 층간소음도 아니고, 이런 소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11. 닭가슴살 소시지가 8일 만에 20개가 사라졌다. 의심하는 걸로 신경 쓰는 게 싫어서 굳이 안 세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양이 너무 적어서 세봤다. 30개를 주문했는데 9개가 남았다. 하루에 2개씩 먹어도 5개가 남는데, 무엇보다 내가 하루에 2개씩 먹지 않았다. 닭가슴살 팩은 소스도 있고 귀찮아서 잘 안 훔쳐먹은 거 같은데 소시지 같은 건 편하니 막 빼먹나 보다. 앞으로 그냥 가루형 단백질만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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